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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구석전시회

[마이아트뮤지엄] 프랑코 폰타나 : 컬러 인 라이프

by Exhibition_Tistory 2023. 3.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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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전시회를 다니며 기록을 남기고자

만들게 되었습니다.

 

현재는 종료된 전시회이지만,

못 가셨던 분들께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개인적으로 사진전을 좋아하는 편이 아닌데

해당 전시회는 회화 같은 느낌의 사진들이

너무나도 매력적이어서 즐거웠습니다.

 

 

*전시장 내 작품들은 모두 직접 찍었습니다.

*오디오가이드🎧 내용도 같이 올렸습니다.

 

 


 

 

 

 


 

 

🖼️

【LANDSCAPE】

🎧#3🎧

첫번째 섹션 <랜드스케이프>에서는 작가가 이탈리아를 비롯한 세계 각지를 여행 다니며 담은 경이롭고 비현실적으로 아름다운 풍경을 선보입니다. 이 섹션에서 소개되는 작품들은 그림으로 착각이 들 정도로 매혹적이며 평면적으로 보입니다. 강렬한 색감의 대비와 간결한 구도는 그 매혹적인 평면성에 신비감을 더하여 우리가 알고있는 자연의 원래 모습이 맞는지 의문을 갖게 합니다.

폰타나는 늘 사진을 찍으러 갈 때 혼자 가지 않고, 네다섯의 친구들과 동행한다고 합니다. 모두 같은 장소를 탐색했지만, 폰타나는 그 누구보다 경이로운 장면을 포착하고 담아냈습니다. 풍경의 정체에 대해 폰타나가 창조해낸 시크릿 가든이냐고 묻는다면, 그는 그저 우리가 사는 평범한 세계, 모두 함께 본 바로 그 풍경이라고 말할 것입니다.

무엇이 이러한 차이를 만드는 것일까요?

폰타나는 수업에서 늘 학생들에게 흰 종이 위에 검은 점 하나를 찍고 무엇이 보이는지 묻습니다. 학생들은 검은 점이 보인다고 하지만, 그가 학생들에게 보여주고자 했던 것은 하얀 여백이었습니다. 마찬가지로, 폰타나와 같은 장소에서 같은 풍경을 바라보고 있는 친구들은 검은 점에만 집중했던 것입니다.

그가 담아낸 경이로운 풍경은 시크릿 가든이 아닌 그저 현실의 한 부분입니다. 왜곡 없이 눈 앞에 펼쳐진 현실 그대로를 담아내되, 무엇을 선택하고 제외할지와, 어떤 대비의 관계를 보여줄지를 정하는 것 만이 작용했을 뿐입니다.그 현실은 폰타나의 렌즈와 구도에 의해서 결정되고, 사진으로 찍힐 때 비로소 존재하게 됩니다. 그저 눈으로 인식한 풍경은 존재한다고 할 수 없지요.

무언가 포착하고 갖기 위한 일념 하나로 본능적으로 덤벼드는 매와 같은 본능적인 직관이 필요하다고 폰타나는 말합니다. 마치 사냥꾼처럼 순간적으로 이미지를 사냥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직관적인 것이 무르익어 작품으로 탄생하기까지 짧게는 수개월, 길게는 수년까지도 걸립니다.

작품 <코마끼오1978>의 경우, 폰타나가 원하는 컬러와 빛의 순간을 포착하기까지 수십번의 답사와 시도가 숨어 있다고 하니 감상하실 때 이런 포인트도 한 번 떠올려 보시길 바랍니다.

 

 

 


 

 

 

바실리카타(BASILICATA), 1975

디지털 프린트, 172*114cm

 

 

바실리카타(BASILICATA), 1995

디지털 프린트, 100*67cm

 

바실리카타(BASILICATA), 1975

디지털 프린트, 150*100cm

🎧#4. 바실리카타 시리즈🎧

: 폰타나를 대표하는 작품 스타일은 추상 화가들의 작품과 닮아 있는 자연 풍경 사진입니다. 싱그러운 초록색과 따뜻한 노란색으로 물든 대지와 푸른 하늘이 화면을 구성하고 있습니다. 폰타나의 풍경 사진에 담긴 초월적인 색상 배치에서는 광활한 공간감이 느껴지는 동시에 기하학적인 추상화도 함께 떠오릅니다.

회화 작가들은 14세기에 활동했던 이탈리아 건축가 브루넬레스키로부터 고안된 원근법을 통해 더욱 실감나는 장면을 회화 작품 속에 묘사할 수 있게 되었는데요. 사진을 찍는 도구인 카메라는 원래부터 눈에 보이는 원근감을 그대로 남아낼 수 있었기 때문에 원근법을 통해 세계의 깊이감을 재현하는 것은 사진의 목표가 아니었습니다. 폰타나 또한 세계를 재현하는 것에는 관심이 없었습니다. 찰나의 순간이 만들어내는 컬러의 세계가 폰타나의 주된 무대가 되었지요.

사물에서 굴절된 빛이 우리 눈으로 들어와 색으로 인식되는 마술적인 효과는 시시각각 변화하는데요. 폰타나는 한 장소에서 가장 원하는 색을 마주할 때까지 기다리고 또 기다렸습니다. 폰타나의 사진은 너무나 경이로운 나머지 비현실적이고 기이해 보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그것은 우리 세계에 항상 녹아있던 색이고, 장면이었습니다.

이런 풍경은 컬러 사진 기술이 발명되기 이전, 흑백 필름을 가지고 활동하던 사진 작가들에게는 흥미를 끌지 못했을 텐데요. 폰타나는 흑백이 지배하던 엄격한 사진의 세계에서 새로운 장르인 컬러 사진을 망설임 없이 받아들이고 컬러로만 찍을 수 있는 사진을 보여줌으로써 대담함을 드러냈습니다.

 

 

바실리카타(BASILICATA), 1978

디지털 프린트, 100*67cm

 

 

바실리카타(BASILICATA), 1985

디지털 프린트, 100*67cm

 

 

바실리카타(BASILICATA), 1978

디지털 프린트, 60*40cm

 

 

바실리카타(BASILICATA), 1981

디지털 프린트, 40*60cm

 

 

메디테라니오(MEDITERRANEO), 1986

디지털 프린트, 60*40cm

 

 

이비자(IBIZA), 1972

디지털 프린트 100*70cm

 

 

마레 델 노르드(MARE DEL NORD), 1976

디지털 프린트, 100*70cm

 

마르 리구레(MAR LIGURE), 1980

디지털 프린트, 100*70cm

🎧#5. SEASCAPE 시리즈🎧

: 폰타나는 "색은 우리의 뇌와 우주가 만나는 곳이다." 라는 파울 클레의 말을 자주 인용하곤 합니다. 우주에 입혀진 색은 순전히 객관적인 이유와 목적을 가지고 태어났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에게 색이란 감정, 의미, 역사, 감각, 기억과 잠재력 등 각 개인을 이루고 있는 전체를 비춰내죠.

우주의 색은 객관적인 상태로 우리 눈으로 들어오지만, 색의 의미는 우리 뇌와 가슴 속에서 말랑해집니다. 지난 삶 속에서 색의 의미를 찾는 여행을 떠나보세요! 점점 멀어져가는 수평선을 바라보며 여러분은 사색에 빠져들게 됩니다.

색의 의미는 지극히 개인적이라 정답은 없어요. 누군가는 어제의 슬픔에 대한 위로를 받을 수도 있고, 현재의 행복을 충만하게 느낄 수도 있어요. 또 다른 누군가는 희망찬 내일에 대한 기대를 꿈꾸기도 하시겠죠?

 

 

메디테라니오(MEDITERRANEO), 1988

디지털 프린트, 100*70cm

 

 

바이아 델레 자가레(BAIA DELLE ZAGARE), 1970

디지털 프린트, 100*67cm

 

 

바실리카타(BASILICATA), 1978

디지털프린트, 172*114cm

 

 

바실리카타(BASILICATA), 1978

디지털 프린트, 100*67cm

 

 

코마끼오(COMACCHIO), 1972

디지털 프린트, 70*100cm

 

 

바이아 델레 자가레(BAIA DELLE ZAGALE), 1970

디지털 프린트, 100*150cm

 

 

네베-에밀리아(NEVE-EMILIA), 1990

디지털 프린트, 100*150cm

 

 

에밀리아(EMILIA), 1985

디지털 프린트, 150*100cm

 

 

 

 

풀리아(PUGLIA), 1978

디지털 프린트, 100*150cm

 

 

풀리아(PUGLIA), 1978

디지털 프린트, 114*172cm

 

 

풀리아(PUGLIA), 1995

이매지너리(Imaginary), 디지털 프린트, 60*40cm

 

 

 

풀리아(PUGLIA), 1987

디지털 프린트, 150*100cm

🎧#6. 풀리아 시리즈🎧

: 풀리아의 풍경 속에는 나무 한 그루가 우두커니 서 있습니다. 주변의 생기로운 색상과 대조적으로 나무에는 검붉은 가지가 드러나 있네요. 우리 눈에 보이는 부분은 나무 가지에서 시작해 땅과 연결된 줄기에서 끝이 납니다. 하지만 보이지 않는 이면에 나무가 건강하게 자라날 수 있도록 영양분과 물을 끌어 올려주는 뿌리가 땅 속에 자리잡고 있겠죠. 뿌리의 존재는 이 나무가 곧 싱그러운 새싹을 터뜨리지 않을까 기대하게 만듭니다.

폰타나는 "사진은 당신이 보는 것이 아니라 당신이 생각하는 것을 보여주어야 한다."라고 말했습니다. 카메라가 발명된 이후 수십 년이 걸려 흑백에서 컬러로 나아간 데 비해 사진가들의 반응은 조심스러웠다고 합니다. 색의 마술사로 불리는 폰타나 또한, 컬러 사진을 접했을 때 새로워진 사진의 정의에 대해 고민했습니다.

현실은 이미 색으로 물들어 있는데 반해 초창기 흑백 사진은 현실의 색을 지우고 새로운 이미지를 창조했습니다. 그러나 컬러 사진은 현실의 색까지도 그대로 담아낼 수 있는 장르였기 때문에 자칫 순간을 기록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는 벽에 부딪히고 있었는데, 예술로써 컬러 사진은 눈에 보이는 이상을 담아내야만 했습니다.

나무가 땅으로부터 뻗어나온 생명력을 느끼게 하는 것처럼 폰타나는 눈에는 보이지 않는 무언가를 우리 마음 속에 터뜨리는 컬러 사진에 대한 탐구를 착실하게 이어나갔습니다.

 

 

 

풀리아(PUGLIA), 2015

디지털 프린트, 60*40cm

 

 

 

풀리아(PUGLIA), 1978

디지털 프린트, 100*70cm

 

 

 

풀리아(PUGLIA), 1978

디지털 프린트, 100*67cm

 

 

스파냐(SPAGNA), 1985

디지털 프린트, 150*100cm

 

 

 

텍사스(TEXAS), 1979

디지털 프린트, 150*100cm

 

 

 

코마끼오(COMACCHIO), 1978

디지털 프린트, 150*100cm

🎧#7. 코마끼오 1978🎧

: 네모난 틀에 가득 찬 하늘과 바다, 그리고 그 가운데 빛이 만든 열상이 스쳐 지나갑니다. 선을 중심으로 하늘과 바다는 대칭을 이루며 서로를 비추고 있습니다. 바다는 하늘을, 하늘은 바다를 따라 같은 색으로 물들고, 수평선은 무한히 멀어져 갑니다. 하늘과 바다는 마치 거대한 거울이 된 것처럼 꼭 닮은 모습을 하고, 위와 아래의 구분이 무의미하다고 말하는 것 같습니다.

이 순수하고 간결한 사진 한 장은 세상이 땅과 하늘로 나뉘어 있다는 것을 여실 없이 보여줍니다. 바쁘게 살아가다 보면 발이 딛고 서 있는 땅과 우리 머리 위로 펼쳐진 하늘의 존재를 잊곤 합니다. 무한하게 펼쳐진 수평선을 바라보며 발끝을 움직여 물결을 만들어 낼지 조금 더 고요함을 지켜볼지 고민이 되는 순간입니다.

"예술의 목적은 보이지 않는 것을 보이게 하는 것."이라고 폰타나는 말했습니다. 카메라의 본질적인 목적은 보이는 것을 포착하는 것이기 때문에 사진 작가의 이 문장은 조금 이상한 말처럼 들릴 수도 있는데요. 우리는 모두 같은 세계에 살고 있어도 보는 것은 저마다 다릅니다. 우리는 각각 다른 모양, 다른 색, 다른 형태, 다른 물체와 같은 물리적 요소를 알아차리지요. 그리고 다른 의미, 다른 가능성, 다른 목적을 인식합니다.

폰타나가 제안한 것처럼 예술을 통해 다른 사람들에게 보이도록 하는 방법을 찾지 않는 한, 개인적인 세계는 비밀리에 간직되곤 합니다.

여러분의 세계는 어떤가요?

 

 

 

1. 파르코 데이 시빌리니(PARCO DEI SIBILLINI), 1999

디지털 프린트, 60*40cm

2. 시칠리아(SICILIA), 1992

디지털 프린트, 60*40cm

3. 데제르토 에르푸드(DESERTO ERFOUD), 1992

디지털 프린트, 60*40cm

4. 코르티나(CORTINA), 1978

디지털 프린트, 60*40cm

🎧#8. 코르티나 1978🎧

: 폰타나의 색에 대한 끈질긴 탐구는 산등성이를 타는 것과 같았고 색에 정당성을 부여할 수 있는 자연적인 기원을 쫓아 탐색했습니다. 코르티나에서 촬영된 설산을 담은 이 작품은 컬러 사진의 정수를 보여줍니다. 짙은 파란색, 하늘색, 옅은 푸른빛을 발산하는 흰색 층이 퇴적되어 단순한 구조를 이루고 있는데요. 이 작품의 쾌청한 분위기를 방해하는 티끌 한 점 없이 깨끗합니다.

단순해 보이는 구도지만, 관람자의 눈에서는 고도의 정밀한 작동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3초 정도만 조용히 작품을 감상해볼까요? 어떠셨나요? 무한히 펼쳐질 것만 같은 대지가 느껴지지 않으셨나요? 같은 장면을 흑백으로 본다고 한 번 상상해 볼까요? 이 장면이 눈으로 덮힌 설산이라는 사실을 단번에 알아차리기는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태양의 가시광선 속에는 모든 파장의 빛이 섞여있습니다. 산을 뒤덮은 눈은 태양 빛의 모든 파장을 그대로 반사해 흰색으로 보이는데요. 하얗게 빛나는 눈이 쌓인 첫 번째 언덕을 지나 다음으로 마주하는 두 번째 언덕은 서늘한 푸른색을 띠고 있습니다. 공기층이 색을 감싸기 때문에 어떤 색이든 멀어지면 흐려지면서 파란빛을 띠게 되는데, 이 작품에서는 하얀 풍경을 감상하는데 방해가 되는 다른 색이 없기 때문에 거리에 따라 달라지는 푸른빛이 더욱 뚜렷하게 인식됩니다.

파장이 짧은 파란색 빛이 물과 공기를 만나 가장 활발하게 빛을 산란하면서 물과 하늘은 실제로 파란색이 아니지만, 파란색을 띠게 됩니다. 복잡한 과학적 이론을 모르더라도 우리의 시선은 이미 굽어진 산등성이를 따라 긴 여행을 떠나고, 광활하게 펼쳐진 풍경에서 찬 공기가 불어오는 듯한 느낌을 받았을 겁니다. 폰타나는 컬러 사진만이 전달할 수 있는 무언가를 찾아냈습니다. 컬러 사진의 정당성을 실험했으며 색이 있어야 완성되는 특수한 장면을 포착해낸 것이죠.

 

 

 

코르티나 담페초(CORTINA D'AMPEZZO), 1978

디지털 프린트, 67*100cm

 

 

 


 

 

 

🖼️

【URBAN-SCAPE】

 

🎧#9🎧

두 번쨰 섹션 <어반스케이프>에서는 우리 주변의 도시 풍경과 사물을 특별한 시점과 해석으로 담아낸 작품들을 선보입니다. 건물, 물체의 표면, 사물, 그리고 색상 등 많은 것들이 폰타나에게 영감이 되고, 원래 의미를 넘어 또 다른 표현 요소로써 작품에 녹아들게 됩니다.

예를 들어, 건물이나 물체의 전체 형태가 한 눈에 담기도록 찍은 사진이 아닌, 여러 물체들이 겹쳐지는 어떤 부분을 확대해서 포착한 작품들을 보시게 될 거에요. 폰타나는 작품 속에 공간과 부피가 조형적 관계에 따라 어떤 상호작용을 이루어 내는지에 주목했습니다. 즉, 도시 경관의 모든 물리적 요소가 끊임없이 영향을 주고 받으며 흐르는 '교향곡'처럼 다가왔던 것이죠.

폰타나는 카메라를 통해 그림자와 빛이 돌처럼 단단해지고 하늘이 땅처럼 촉각이 되는 찰나의 순간을 포착했습니다. 마치 디저털 합성이라도 한 듯이 비현실적으로 평면적인 풍경이지만 폰타나는 오롯이 현실 속에서 찾아낸 '교향곡'을 한 프레임에 담아 냈습니다.

첫 번째 섹션의 <랜드스케이프>와 마찬가지로, 풍경 전체를 취하지 않고 눈 앞에 있는 현실의 한,두 조각만을 골라 그 외의 것은 장면에서 제외시켰습니다. 이렇게 폰타나는 현실 속 균형과 순간을 황금비율에 맞게 구성을 펼쳐 보이며 지극히 일상적인 것도 환각적이고 매혹적으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첫 번째 섹션에서 폰타나를 카메라로 겨냥하는 것에 집중하는 '사냥꾼'으로 표현했다면, 두 번째 섹션에는 일상 공간을 색다른 관점에서 접근하여 기하학적으로 구성해내는 '연금술사'에 비유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폰타나는 사진을 '선택'의 문제라고 한 적이 있는데요.

무엇을 선택하고 무엇을 지울지에 대한 천재적인 감각으로 불필요한 것을 점차적으로 지워나가고 순수하게 정제하려고 합니다. 마치 연금술사가 비밀스럽고 정확한 조제법으로 황금을 만들어내려 했던 것처럼, 카메라를 든 연금술사 폰타나의 끝없는 교향곡인 《어반 랜드스케이프》 시리즈를 감상해보세요!

 

 

 


 

 

◆LIDO DELLE NAZIONI◆

리도 델레 나치오니(LIDO DELLE NAZIONI), 1973

디지털 프린트, 172*114cm

 

 

 


 

 

◆PELLESTRINA◆

펠레스트리나(PELLESTRINA), 1975

디지털 프린트, 60*40cm

 

 

 


 

 

◆MILANO◆

밀라노(MILANO), 2015

디지털 프린트, 100*67cm

 

 

밀라노(MILANO), 2015

디지털 프린트, 67*100cm

 

 

밀라노(MILANO), 2015

디지털 프린트, 40*60cm

 

 

 


 

 

◆URBANO◆

우르바노(URBANO), 1977

디지털 프린트, 100*67cm

🎧#10. 우르바노 시리즈🎧

: 《우르바노》 시리즈는 살아있는 생물과 자연이 어우러진 환경이 아닌 인간의 힘으로 만들어낸 공간인 도시의 인공적 요소로 구성된 장면을 포착한 작품들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본 시리즈의 작품들은 고요하며 일종의 휴식 단계이거나 혹은 준비 과정 중에 있는 것 같은 느낌을 줍니다.

<우르바노 1977>에서는 강한 청록계열의 파란색과 빨간색의 보색 조합이 수평적으로 놓인 모습이 인상적입니다. 세로형 <우르바노 1979>에서는 빛과 그림자의 사용과 직선 위주의 화면 구성이 두드러지며, 가로형 <우르바노 1979> 는 얇은 벽체를 지탱하고 있는 파이프와 컨테이너 박스의 조합을 실마리로 삼아 세트장의 이면을 바라보는 듯한 시점을 전달하고 있습니다.

이 시리즈를 부르는 우르바노는 지역 명칭이 아닌 '도시의'라는 뜻을 가진 이탈리아 단어입니다. 뉴욕, LA, 이비자 등 도시 이름을 직접적으로 언급하는 작품들과는 달리 《우르바노》 시리즈는 특정 국가나 장소가 아닌 말 그대로 '도시' 시리즈라고 할 수 있습니다.

폰타나는 1979년 첫 미국 여행에서 장엄한 고층 건축물의 도시 경관을 보고 시각적 충격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그는 신선한 충격을 받았던 미국의 대도시 풍경을 그대로 기록하는 사진을 찍지 않았는데요. 작가에게 도시라는 소재는 이국적인 풍경이 아니라 다채로운 인공의 색과 형태를 탐험할 수 있는 광야였습니다.

새로 직면한 장소에서 작가는 본인이 인식하는 형태 및 형상을 표현하는 데에 의미를 두었습니다. 사진을 촬영하는 도시의 특색을 지워가며 '도시' 그 자체의 의미에 집중해갔기 때문에 작품 속 장소가 어디인지는 생략되고 조형적 요소에 강한 힘이 실리게 되었습니다.

 

 

우르바노(URBANO), 1979

디지털 프린트, 100*67cm

 

 

우르바노(URBANO), 1979

디지털 프린트, 67*100cm

 

 

 


 

 

◆RICCIONE◆

리치오네(RICCIONE), 1964

디지털 프린트, 67*100cm

 

 

리치오네(RICCIONE), 1965

디지털 프린트, 67*100cm

 

 

 


 

 

◆LOS ANGELES◆

로스앤젤레스(LOS ANGELES), 1979

디지털 프린트, 100*70cm

 

 

로스앤젤레스(LOS ANGELES), 1990

디지털 프린트, 60*40cm

로스앤젤레스(LOS ANGELES), 1990

디지털 프린트, 60*40cm

 

 

로스앤젤레스(LOS ANGELES), 1981

디지털 프린트, 60*40cm

🎧#11. 로스앤젤레스 1981🎧

: 폰타나는 도시의 풍경이 아닌 도시의 컬러에 매료되었습니다. 이 작품은 크게 두 가지의 색 면으로 이분되어 있는데요. 뚜렷이 무엇을 찍었구나 생각하게 만드는 피사체 없이 하늘과 노란색의 대비에 시선이 이끌립니다. 노란 공간과 파란 공간은 가운데 경계선으로 나뉘어 각각의 독립적인 영역을 고수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색종이의 앞뒷면처럼, 하나의 이어진 공간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폰타나가 작품에 담아낸 그림자 사용법은 인상적인데요, 푸른 공간을 사선으로 가로지는 검은 선들은 노란 공간에 비친 사선 그림자와 상반되는 맥락을 이어갑니다. 사실 이 작품을 보시자마자 떠올랐던 단어들이 있으실 거에요. 파란 면은 하늘이고, 노란 면은 어떤 건물의 부분이겠죠? 하늘에서 검은 전선이 지나가고 노란 건물에는 다른 물체가 만들어낸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구나, 화면 밖에는 가로등이 있겠구나, 노란 건물 벽면에 가로등 그림자도 보이네 등의 얘기를 나눌 수 있을 것 같아요.

이 장면에서는 로스앤젤레스를 떠올릴 수 있는 어떠한 특징도 없지만 작품 제목에서 힌트를 얻어 이 곳의 전체적인 모습을 그릴 수 있습니다. 적은 실마리지만 작품 밖으로 뻗어가는 상상의 나래를 펼쳐보세요. 작가는 모든 사람이 한 번에 어디인지 알아챌 수 있고 공유할 수 있는 공통의 로스앤젤레스를 담지 않았습니다. 폰타나에게 도시란 컬러 그 자체이기 때문에, 작품 속에 우리 개개인의 도시를 담아 볼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두었습니다.

 

 

로스앤젤레스(LOS ANGELES), 1990

디지털 프린트, 100*150cm

🎧#12. 로스앤젤리스 1990🎧

: 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왼쪽에는 빨간 벽돌의 건물, 오른쪽에는 네모 반듯한 살구색의 벽, 그리고 중심부에는 이국적인 느낌을 풍기는 청록색의 기둥 장식이 보입니다. 화면의 한가운데에 아주 작게 보이는 검은 형체는 한 그루의 나무네요. 실제로 존재하는 나무인지 어떤 땅에서 자라고 있는 것인지 궁금증을 자아냅니다.

만물이 자연 그대로 갖추고 있는 빛깔을 본능적으로 포착한 폰타나의 작품은 감각으로 가득 찬 포화 상태의 사회에 대한 시적인 표현 같습니다. 강한 컬러가 화면을 가득 채운 이 사진 작품에서는 색채의 촉각적 사용이 두드러지게 느껴집니다. 벽돌 고유의 표면과 시멘트 질감, 덧바른 페인트 층에서 오는 다양한 질감을 통해 컬러 사진의 장점이 극대화되고 있습니다.

건물의 벽면을 묘사하는 색채는 폰타나가 포착해낸 화면 속 조합이나 구성으로 인해 더욱더 강하게 발현되는 듯 느껴지며, 색 환각 효과를 일으킵니다. 폰타나의 시선은 다양한 질감의 색, 면을 피사체로 담아내고 묘사하며 그 표면은 관람자에게 공감각적으로 작용합니다.

 

 

 

로스앤젤레스(LOS ANGELES), 1990

디지털 프린트, 100*67cm

 

 

베니스-로스앤젤레스(VENICE-LOS ANGELES), 1990

디지털 프린트, 100*150cm

 

 

로스앤젤레스(LOS ANGELES), 1991

디지털 프린트, 100*150cm

🎧#13. 로스앤젤레스 1991🎧

: 이 작품에 담긴 폰타나의 도시는 수평선과 수직선의 교차 안에서 형성된 면과 면의 집합, 그리고 그 면과 경계선이 만들어내는 기하학적인 화면 구성이 인상적이네요. 폰타나는 미국 서부에 위치한 도시인 LA의 건물 외벽들이 발산하는 컬러를 포착했습니다.

폰타나가 카메라로 바라본 앵글은 입체적인 요소를 다 지워내는 위치에 멈추어 고운 색이 칠해진 벽을 정면으로 마주보고 있습니다. 신조형주의를 대표하는 화가 몬드리안의 평면 추상화같은 인상을 풍깁니다, 순기하학적 형태의 화면 구성을 연상시키는 이 작품은 질서와 균형의 아름다움을 느끼게 합니다.

폰타나의 반복되는 예술적 패턴은 컬러와 기하학의 교집합이며, 그는 어떠한 서사도 없이 직관적이고 감각적으로 다가오는 패턴과 규칙을 창작해내고 있습니다. 폰타나의 도시는 찬란한 색으로 가득 찬 세상인 듯 합니다. 기하학적 형태와 강렬한 색의 상호작용은 단순한 요소일 수 있지만 폰타나만의 시선에 의해 살아 움직이는 것 같습니다.

 

 

 

윌셔 블러바드(WHILSHIRE BLV), 1979

디지털 프린트, 100*150cm

 

 

 


 

 

◆PHOENIX◆

PHOENIX(피닉스), 1979

디지털 프린트, 150*100cm

 

 

PHOENIX(피닉스), 1979

디지털 프린트, 67*100cm

 

 

 


 

 

◆HOUSTON◆

휴스턴(HOUSTON), 1985

디지털 프린트, 60*40cm

🎧#14. 휴스턴 1985🎧

: 주황색과 파란색, 노란색과 검은색의 강렬한 보색 대비가 인상적인 작품입니다. 벽의 두께감과 그림자가 드러남에도 불구하고 건물과 물체 사이의 공간감이 느껴지지 않고 평면적입니다. 오른쪽 건물에 있는 세 개의 창은 주황색 불이 켜진 것처럼 보이기도 하고, 건물 안쪽 주황색 벽면이 비쳐보이는 것 같기도 하네요. 오른쪽 아래에 숨어있던 창문 하나는 검은 종이를 덧대어 놓은 것처럼 다른 주황색의 창문과 대조되는데, 단순하게 불이 꺼진 방인 걸까요? 궁금증을 자아냅니다.

원근감이 느껴지지 않는 평면 회화적인 느낌 때문에 폰타나의 휴스턴은 여러 차원의 세계가 하나의 순간으로 압축된 것처럼 진하고 강렬하게 다가옵니다. 폰타나의 도시는 실제로 존재하지는 않을 것 같은 미스터리한 요소와 함께 미묘한 기운을 포착하여 제시하고 있습니다. 사람과 유기적으로 공생하는 건물의 의미가 아닌, 오로지 외관의 탐미적인 요소에 이끌려 접근하여 용도나 기능이 제거된 오브제로 눈 앞에 놓인, 있는 그대로의 아름다움을 강조해 냅니다.

 

 

 


 

 

◆SAN FRANCISCO◆

샌프란시스코(SAN FRANCISCO), 2008

디지털 프린트, 150*100cm

 

 

샌프란시스코(SAN FRANCISCO), 1979

디지털 프린트, 67*100cm

 

 

샌프란시스코(SAN FRANCISCO), 1979

디지털 프린트, 67*100cm

 

 

 

샌프란시스코(SAN FRANCISCO), 1979

디지털 프린트, 67*100cm

 

 

 


 

 

◆PRAGA(PRAGUE)◆

프라하(PRAGA, PRAGUE), 1967

디지털 프린트, 100*150cm

🎧#15. 프라가 1967🎧

: 색과 질감의 조화와 평면성이 두드러지는 폰타나의 다른 작품들과는 다르게, 이 작품에서는 원근감으로 인해 풍부한 공간감이 느껴집니다. 올드 시티의 느낌을 주는 이 장소에는 거리를 걷는 사람도 없이 텅 비어 있고, 한 대의 빨간 차만이 길 위에 남아있네요. 어떤 스토리가 연상되는 입체적이고 연출된 무대의 느낌이 전해집니다.

빨간 차는 무대의 주인공이라도 되는 듯 시선을 강하게 사로잡고 있으며, 주변 건물에서는 이 장소에 대한 상징과 증거가 마치 무대 소품처럼 곳곳에 숨어 있습니다. 오른쪽 건물의 창가에는 체코의 국기가 걸려있고, 내려다 보이는 불그스름한 타일 지붕의 건물들은 프라하 도시 특유의 건축 양식을 떠올리게 합니다.

드론이 없던 시절에 위에서 아래로 내려다보는 조망은 마을 바로 옆에 위치한 낡은 다리 위에서의 촬영을 통해 탄생할 수 있었습니다. 1967년, 폰타나는 더 넓은 장면을 담을 수 있는 광각 렌즈를 지인으로부터 빌려 아마추어 사진가 친구와 프라하로 여행을 떠났는데 함꼐 도시를 촬영하던 중, 이 원색의 빈티지 차량을 발견하였고 특별한 끌림을 받았다고 합니다.

폰타나는 이 장면을 담아내던 순간, 사진 작가로서의 인생이 운명적으로 시작되는 것을 느꼈기 때문에 이 작품을 더욱 아낀다고 밝히기도 하였습니다. 작품을 찍고 그 다음해인 1968년, 폰타나는 이 작품을 그의 고향 모데나에서 열린 개인전에서 선보였으며, 이 전시를 기점으로 사진작가로서의 전문적인 행보가 시작되었다고 합니다.

 

 

 

 


 

 

 

◆IBIZA◆

이비자(IBIZA), 2008

디지털 프린트, 100*67cm

 

 

이비자(IBIZA), 1992

디지털 프린트, 67*100cm

 

 

이비자(IBIZA), 1992

디지털 프린트, 67*100cm

🎧16. 이비자 1992🎧

: 다른 《어반 랜드스케이프》 시리즈 작품의 텅 빈 진파란색 하늘과 다르게 이 작품에는 구름이 떠있는 옅은 색의 하늘이 보입니다. 구름이 흐르는 하늘은 자연적 요소이자 곡선을 보여주는 반면에, 노란 콘크리트 벽과 불그스름한 바닥, 그리고 하늘색의 각진 조형물은 인공적인 요소로 직선의 미를 강하게 보여줍니다.

폰타나는 입체적인 아름다움과 평면의 미를 동시에 작품 속에 담아냅니다. 노란 벽은 평면 사각형으로 존재하는 동시에 그 앞에 하늘색 조형물은 이 공간 속에서 유일하게 그림자를 지니며 입체감을 드러내고 있네요. 그리고 폰타나는 이 작품에서 추상과 재현의 조화도 담아냈습니다. 구름의 디테일 혹은 조형물의 그림자 등 사실적으로 묘사된 대상으로 인해 공간이 실제감과 평면적인 추상 사이를 넘나들며 감상하게 합니다.

 

 

 


 

 

◆NEW YORK◆

뉴욕(NEW YORK), 1979

디지털 프린트, 67*100cm

 

 

 

뉴욕(NEW YORK), 1979

디지털 프린트, 67*100cm

 

 

 

뉴욕(NEW YORK), 1980

디지털 프린트, 150*100cm

 

 

 

뉴욕(NEW YORK), 1985

디지털 프린트, 100*67cm

 

 

 

뉴욕(NEW YORK), 1979

디지털 프린트, 100*67cm

 

 

 


 

 

◆HAVANA◆

하바나(HAVANA), 2017

디지털 프린트, 172*114cm

 

 

 


 

 

◆RABAT◆

라바트(RABAT), 1981

디지털 프린트, 67*100cm

 

 

 


 

 

◆PARIGI(PARIS)◆

파리(PARIGI(PARIS)), 1979

디지털 프린트, 67*100cm

 

 

 

파리(PARIGI(PARIS)), 1979

디지털 프린트, 100*67cm

 

 

 


🖼️

【HUMAN-SCAPE】

 

🎧17🎧

세 번째 섹션에서는 앞 섹션의 주제와 맥락을 이어가지만, 피사체로 사람이 등장하는 작품들을 선보입니다. 그의 시선이 머무는 피사체가 벌거벗은 사람이든 나무든 큰 주제와 예술관은 동일한 맥락을 이어갑니다. 형태와 색의 관계는 이 세번째 섹션의 작품에서도 다뤄지며 인체가 만들어내는 회화적 구도가 절묘한 풍경을 그려냅니다. 표현의 방법적인 시도만 달라졌을 뿐이지, 우리에게 익숙한 현실을 조금 색다르게 바라보게 하는 폰타나의 마법은 세 번째 섹션에서도 여전히 작용하고 있습니다.

또한, 폰타나는 오랫동안 자신의 예술관을 설명하기 위해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에 대해 이야기 해왔는데, 빛과 그림자, 그리고 실루엣을 통해 마침내 존재하지 않는 것을 간접적으로 드러나게 하는 방법이자 표현법을 찾아냈습니다. 이탈리아어로 '존재와 부재'를 뜻하는 《프레센자 아센자》 시리즈는 우리가 미처 보지 못한 것을 드러나게 하는 폰타나의 예술관과 세련된 표현방식이 함축적으로 드러나는 작품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이번 섹션에서는 사람, 도심, 공간, 자연이 모두 다 등장하는데, 사진이 촬영된 특정 지역 또는 나라에 따라 폰타나가 해석하고 표현하는 인물이 서로 매우 다르다는 것을 비교해볼 수 있습니다. <뉴욕 1986>에서 보이는 사람들은 뉴욕이라는 상징적 장소에 대한 폰타나의 감상이나 해석이 투영되어 거리 위의 뉴요커들은 마치 밀랍 인형처럼 표현되었는데요. 화려한 배경과 화사한 햇살과는 대조되게 인물은 왠지 고립되어 보입니다.

폰타나에게 사진은 묘사가 아닌 생각과 해석의 차원입니다. 다양한 장소, 사물, 인체, 장면이 그의 어떠한 필터를 거쳐 촬영되었는지 흥미롭게 살펴볼 수 있는 시간이 되길 바랍니다.

 

 

 


 

 

 

🎧#18. 프레센자 아센자 시리즈🎧

: 《프레센자 아센자》는 1979년부터 1982년까지 이어진 빛과 시간을 탐구하는 작품들을 묶은 시리즈입니다. 시리즈의 제목은 이탈리아어로 '존재'와 '부재'를 뜻합니다. 관람자가 마주하는 결과물인 사진에는 드러나지 않지만, 뷰파인더 밖의 세상에는 분명히 존재하는 피사체를 주제로 삼은 이 시리즈는, '사진은 보이는 것을 복제하는 것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것을 보이게 하는 것'이라는 폰타나의 작업 모토를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습니다. 각각 카사블랑카, 쿠웨이트, 취리히에서 촬영된 사진에는 그림자가 풍경에 드리워져 있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우리는 화면 밖에 사람이 서있나 보구나라고 추측하게 되는데요. 각 인물들의 표정이 어떤지, 어떤 옷을 입었는지는 확인 할 수 없습니다. 그리고 사실 사람으로 보이는 저 그림자가 알고보니 마네킹일 수도 있고, 길에 서있는 표지판이 사람의 형태처럼 보이는 것일 수도 있을 겁니다.

이렇듯 우리는 모르는 것에 대해 확신을 가질 수 없습니다. 폰타나는 카메라 프레임 밖으로 철저하게 피사체를 숨김으로써 우리가 감상하고 있는 대상의 본질에 대해 탐색해보는 시간을 선사합니다.

 

 

 

카사블랑카(CASABLANCA), 1981

디지털 프린트, 100*67cm

 

 

 

쿠웨이트(KUWAIT), 1979

디지털 프린트, 60*40cm

 

 

 

취리히(ZURIGO(ZURICH)), 1981

디지털 프린트, 67*100cm

 

 

 

 

 


 
 
 
 
 

피시나(PISCINA(POOL)), 1984

디지털 프린트, 60*40cm

 

 

 

피시나(PISCINA(POOL)), 1984

디지털 프린트, 40*60cm

 

 

 

피시나(PISCINA(POOL)), 1984

디지털 프린트, 100*67cm

 

 


 

 

 

🎧#19. 프라멘티 시리즈🎧

: 오늘날 스마트폰에 내장된 카메라는 달의 표면까지 찍을 수 있는 높은 화소를 자랑하지만, 우리는 거듭 추억이 깃든 과거로 돌아가고 싶어 합니다. 36장마다 새 필름으로 계속 교체해줘야 하는 필름 카메라가 다시 유행하며, 스마트폰으로는 일부러 피사체에서 몇 걸음 떨어진 후, 확대하여 낮은 화질로 사진을 찍기도 하죠.

불편함을 감수하면서도 아날로그를 고수하고 그 고전적인 방법을 선택하는 이유를 꼽자면 그 예전의 방법이 주는 빈티지한 감성을 하나로 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러나 우리보다 한 발 앞서 이 구도를 발견해낸 폰타나의 1981년대 사진은 묘하게 현대적인 분위기를 풍깁니다.

각 작품명인 프라멘토는 이탈리아어로 조각, 파편 하나를 뜻하는 단수형이자, 시리즈명인 프라멘티는 그 의미의 복수형입니다. 장면의 일부이자 파편이 담긴 화면 속에서 피사체의 정체는 불분명하지만, 조각들이 모여 하나의 군락을 이룬 프라멘티 시리즈의 작품을 보고 있노라면 카우보이가 승마할 때 바지 위에 덧입는 챕스(Chaps)의 가죽 냄새, 바람에 휘날려 발목을 간지럽히는 긴 치마, 버석거리는 소리가 나는 듯한 크림색 트렌치코트가 우리의 오감을 자극하는 듯한 느낌을 전달합니다.

 

 

 

프라멘토(FRAMMENTO), 1981

디지털 프린트, 60*40cm

 

 

 

프라멘토(FRAMMENTO), 1981

디지털 프린트, 60*40cm

 

 

 

휴스턴(HOUSTON), 1985

디지털프린트, 60*40cm

 

 

 

프라멘토(FRAMMENTO), 1981

디지털 프린트, 60*40cm

 

 

 

프라멘토(FRAMMENTO), 1981

디지털 프린트, 60*40cm

 

 

프라멘토(FRAMMENTO), 1981

디지털 프린트, 60*40cm

 

 

 


 

 

 

🎧20. 루체 아메리카나 시리즈🎧

: '미국의 빛'을 뜻하는 이 시리즈는 미국의 공간과 특징이 두드러지는 작품들고 구성되어 있습니다. 소년 프랑코 폰타나가 할리우드 영화 등 미디어를 통해 본 미국은 '범접할 수 없는 이상'이었고, 열네다섯 살부터는 미국으로 가기 위해 용돈을 모았다고 합니다.

40세가 훌쩍 넘어선 1979년에야 방문하게 된 미국은 말 그대로 '아메리칸 드림'이었습니다. 새로운 풍경, 색감, 물체를 찾아 셔터를 눌렀으며, 그 당시 찍었던 사진은 이후의 작업에 많은 도움이 되었다고 회상합니다.

강렬한 주황색 외투를 입은 사람이나, 우뚝 선 나무 한 그루와 구조적으로 대치되는 사람, 카우보이 모자를 쓴 사람은 마치 무대를 비추는 핀 조명 아래서 독백하는 배우처럼 보이기도 하네요.

 

 

 

LOS ANGELES, 1990

디지털 프린트, 100*67cm

 

 

 

HOUSTON, 1985

디지털 프린트, 60*40cm

 

 

 

LOS ANGELES, 2001

디지털 프린트, 60*40cm

 

 

NEW YORK, 1986

디지털 프린트, 100*67cm

 

 

 

LOS ANGELES, 2001

디지털 프린트, 60*40cm

 

 

 

 


 

 

 

<피플 시리즈>

FLORIDA, 1985

디지털 프린트, 100*67cm

 

 

 

RICCIONE, 1961

디지털 프린트, 150*100cm

 

 

 

SPIAGGIA(BEACH), 1984

디지털 프린트, 67*100cm

 

 

 

RIVIERA, 1990

디지털 프린트, 60*40cm

 

 

 

CHICAGO, 2001

디지털 프린트, 60*40cm

 

 

 

MAINE, 1982

디지털 프린트. 150*100cm

 

 

 

 

 

APPENNINO, 1962

디지털 프린트, 100*67cm

 

 

 


 

 

 

🎧#21. 달 알토 시리즈🎧

: 높은 곳에서 아래로 시선을 내려다 찍은 《달 알토》 시리즈는 마치 새가 날아가다 내려다 본 것 같은 장면들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피사체로부터 멀리 떨어진 거리에서 포착한 장면 속에 규칙적으로 반복되는 피사체들은 오밀조밀하게 나열되어 마치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진 미니어처 인형의 집을 들여다보는 듯한 느낌을 줍니다.

높은 곳에 올라가 내려다 본 풍경의 어떤 점이 폰타나의 눈길을 끌었을까요? 프랑스 해변가에서 찍은 <리비에라 1990>에서도 바다는 어디에도 보이지 않습니다. 폰타나의 리비에라에는 사람, 선베드, 그리고 따가운 볕을 가려주는 파라솔과 그 요소들이 반복적인 패턴을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작품 하나하나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자신을 찍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챈 사람도 있네요.

1985년 뉴욕에서 촬영한 사진에는 격자처럼 흰 선이 그어진 아스팔트 도로 위에 건널목을 건너는 사람들과 신호에 맞춰 멈춰 선 노란 택시와 트럭이 점, 선, 면으로 구성된 추상회화 한 폭을 그린 것 처럼 보입니다.

 

 

 

RIVIERA, 1990

디지털 프린트, 100*67cm

 

 

 

RIVIERA, 1990

디지털 프린트, 100*67cm

 

 

 

RIVIERA, 1990

디지털 프린트, 100*67cm

 

 

 

RIVIERA, 1990

디지털 프린트, 100*67cm

 

 

 

NEW YORK, 1985

디지털 프린트, 100*67cm

 

 

 

NEW ORLEANS, 1983

디지털 프린트, 60*40cm

 

 

 

 

 


 

 

🖼️

【ASFALTI(ASFALTO)】

 

🎧#22🎧

네 번째 섹션은 폰타나의 《아스팔티》 시리즈와 《아우토스트라다》 시리즈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아스팔토'는 아스팔트의 이탈리아식 발음이며, '아우토스트라다'는 현대의 고속도로 개념을 가장 일찍 도입한 나라인 이탈리아에서 '고속도로'를 부르는 명칭입니다.

아스팔트와 고속도로는 근대화의 상징이자, 그 당시 폰타나에게는 기존에 없었던 전혀 새로운 풍경의 등장이었다고 합니다. 새로운 시대는 엄청난 속도로 움직이는 피사체와 아스팔트 위에 그려진 도로 기호, 페인트 선과 깨진 틈 등 새로운 이미지를 창출했습니다. 이 모든 것은 폰타나에게 새로운 풍경을 그려낼 수 있는 자연스러운 영감이자 표현적 요소가 되었습니다.

특히, 셔터 속도와 피사체의 움직임 사이의 간극이 만들어낸 묘하게 뭉개진 형상과 색의 혼합은 시간을 포착하는 예술이라고도 할 수 있는 사진이라는 매개체만이 만들어낼 수 있는 재미있는 표현법이었습니다.

《아우토스트라다》 시리즈에서 폰타나가 고속도로를 빠르게 내려가는 동안 포착한 이미지에서 보이는 수평선은 마치 회화 속 붓 터치와 같은, 색과 면을 만들어 내는데 겹겹이 칠해진 물감 위로 큰 붓 하나가 시원하게 지나가며 색의 경계를 지워버린 한 폭의 추상화를 보는 듯 합니다. 찍는 각도, 관점에 따라 추상적으로 보이는 요소들을 절묘하게 포착함으로써 평범한 도로 표면 위 우리가 미처 보지 못했던 현실의 부분이 어떻게 회화적 요소로 변형될 수 있는지 보여줍니다.

특히, 《아스팔티》 시리즈는 다른 센션에 비해 피사체가 이미 평면에 가까운 상태이며, 공간 또는 형태적 요소가 상대적으로 미미한데, 벌판보다도 더 단순한 회색 도로에서 폰타나는 질감이라는 요소에 주목했고, 그 표면 위에 펼쳐진 우연적 요소에서 또 한 번 공간의 조형적 관계를 무한히 발견해냈습니다.

 

 

 

 


 

 

 

🎧#23. 아우토스트라다 시리즈🎧

: 아우토스트라다는 현대의 고속도로 개념을 가장 일찍 도입한 나라인 이탈리아에서 고속도를 부르는 명칭입니다. 1924년, 자동차 주행 시험용이나 단순 포장도로가 아닌 고속화도로의 시스템이 반영된 최초의 고속도로가 이탈리에 건설되었는데요. 자동차가 보급되면서 인적, 물적 자원의 이동이 편리해졌고, 도시 사이를 이어주는 고속도를 통해 멀리까지 빠르게 교류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 속도에 발맞추어 모든 분야의 성장이 진행되었으니 '아우토스트라다'는 그 자체로 근대화를 상징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폰타나가 길 위의 풍경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자연스러운 과장이 아니었을까 짐작됩니다. 폰타나는 사진 속에 담아내고 싶은 풍경을 포착하기 위해 끊임없이 이동했습니다. 1섹션에서 보았던 《랜드스케이프》 시리즈를 위해 사람들의 발길이 자주 닿지 않은 산과 대지를 찾아 나섰고, 2섹션에서 보았던 《어반 랜드스케이프》 시리즈는 세계의 여러 도시를 직접 방문하며 만들어갔습니다. 폰타나의 여정은 항상 길 위에 있었고, 길을 통해 그가 탐구할 수 있는 공간은 점점 확장되어 갔습니다.

《아우토스트라다》 시리즈의 작품 속에는 색이 남긴 선이 지층처럼 겹겹이 쌓여 추상적인 풍경을 이루어 냅니다. 달리고 있는 차에서 밖을 내다보면 멀리 있는 풍경은 오랫동안 시야에 머무르며 실체를 만들어내지만, 가까이 있는 물체는 빠른 속도로 지나가 버려 형태가 뭉개지고 색의 흔적만을 남깁니다. 고속도로는 도시와 도시를 이어주는 길이기 때문에, 도시에서 출발한 길은 큰 개발이 이루어지지 않은 땅을 지나 다시 도시로 우리를 데려다줍니다. 달리는 차로부터 멀리 떨어진 대지의 능선은 하늘과 마주 보며 천천히 지나가는 반면, 바로 옆에 있는 고속도로 가드레일은 원래의 형태를 알 수 없을 정도로 빠른 속도로 지나가 버립니다.

 

 

 

AUTOSTRADA(HIGHWAY), 1973

디지털 프린트, 100*70cm

 

 

 

AUTOSTRADA(HIGHWAY), 1975

디지털 프린트, 100*67cm

 

 

 

AUTOSTRADA(HIGHWAY), 1975

디지털 프린트, 150*100cm

 

 

 

AUTOSTRADA(HIGHWAY), 1971

디지털 프린트, 150*100cm

 

 

 

AUTOSTRADA(HIGHWAY), 1974

디지털 프린트, 100*70cm

 

 

 

AUTOSTRADA(HIGHWAY), 1975

디지털 프린트, 60*40cm

 

 

 

 


 

 

 

🎧#24. 아스팔티 시리즈🎧

: 이탈리아식 발음으로 '아스팔토'라고 읽는 단어인 아스팔트는 '안전하다'를 의미하는 그리스어 '아스팔토스'에서 유래했습니다. 아스팔트는 길을 만드는 재료 이상으로 자동차의 원활한 주해오가 차에 타고 있는 사람의 안전까지 고려한 기능과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아스팔트는 튼튼하고 안전한 길을 나타내며, 아스팔트로 포장된 길은 현대 사회의 시스템을 반영합니다. 우리는 도로 위에서 같은 규칙과 질서를 공유하고, 모든 길에 같은 색과 기호로 규칙을 포시하고 따릅니다. 서로 이 체계만 잘 지키면 안전하고 빠르게 각자의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죠.

폰타나는 《아스팔티》 시리즈에서 우리가 서로 약속한 시스템 위에 존재하는 작은 틈을 발견해갑니다. 철저하게 짜여진 체계 안에서 발견되는 빈틈은 재치 있습니다. 길에는 시간의 흔적이 남고 그것은 짧은 역사가 되어 길 위에 우리의 삶을 기록합니다. 새료 칠한 바닥과 그 옆에 깨진 틈, 끊어진 페인트 선, 색 칸이 맞지 않는 맨홀 뚜껑. 똑같이 이어진 선과 기호들의 존재는 점차 무뎌지기 마련이지만, 그 사이에서 발견되는 작은 틈은 우리의 시선을 붙잡고 다시금 흥미를 일깨워 줍니다.

지금까지 프랑코 폰타나의 작품 세계를 탐험해 보았습니다. 즐거운 관람 되셨길 바라며, 전시장을 방문해주신 여러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LOS ANGELES, 1999

디지털 프린트, 60*40cm

 

 

 

LOS ANGELES, 1990

디지털 프린트, 70*100cm

 

 

 

TORINO, 2006

디지털 프린트, 70*100cm

 

 

 

LONDRA(LONDON), 1995

디지털 프린트, 100*70cm

 

 

 

BOLOGNA, 1985

디지털 프린트, 100*67cm

 

 

 

ASFALTO(ASPHALT), 1980

디지털 프린트, 100*67cm

 

 

 

TORINO, 2004

디지털 프린트, 60*40cm

 

 

 

NEW YORK, 2008

디지털 프린트, 60*40cm

 

 

 

LONDRA(LONDON), 1995

디지털 프린트. 60*40cm

 

 

 

LONDRA(LONDON), 1995

디지털 프린트. 60*40cm

 

 

 

LOSANNA(LOSANNE), 2004

디지털 프린트, 60*40cm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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