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전시회를 다니며 기록을 남기고자
만들게 되었습니다.
전시회를 방문하기 전, 참고하셔도 좋고
못 가시는 분들께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전시장 내 작품들은 모두 직접 찍었습니다.
🖼️
1. 파노라마 속으로
1938년, 밀항하여 일본으로 건너간 문신은 이듬해 일본미술학교 양화과에 입학했다. 그는 일본 각지에서 모인 청년 예술가들이 각자의 다양한 정체성을 유지하며 교류하고 작업했던 도쿄 이케부쿠로 시나마치 예술인촌에 거주하면서 화가로서 갖춰야 할 기본적인 소양을 다졌다. 광복과 함께 귀국한 문신은 마산 추산동 언덕 (현 창원시립마산문신미술관 위치)에 터를 잡고 부산, 대구, 서울 등을 오가며 활발하게 작품을 발표했다. "화면의 기교를 위한 낭만"보다 "현실 생활의 체험"을 중시한 그는 온화한 기후에 산과 바다로 둘러싸인 마산의 풍경과 평범한 주변 사람들의 소박하고 거친 삶, 그리고 향토성 짙은 정물을 화폭에 담았다.
1957년, 문신은 반(反)아카데미즘을 내세운 모던아트협회에 참여하면서 본격적으로 서울을 활동의 장으로 삼았다. 그의 시선은 자연스럽게 고층 건물과 가로수가 즐비한 도시풍경으로 이동했고 화면은 도시적 감각으로 충만해졌다. 이 무렵 그는 미술계의 흐름을 반영하여 평면화, 단순화 등 추상적 요소를 접목했다.
문신의 회화에서 구상 이미지가 완전히 사라지는 것은 1961년 프랑스로 건너간 이후로, 그는 외부 세계를 재현하는 대신 점, 선, 면 등 순수 조형요소와 마티에르를 실험하기 시작했다. 이러한 변화는 그가 프랑스에서 목격한 앵포르멜(Imformel)과 누보 레알리즘(Nouveau Realisme) 등의 영향도 있었지만, 도불 직후 생계를 위해 파리 북쪽에 위치한 라브넬(Ravenel)에서 고성(古城)을 수리하는 과정에서 체득한 대상의 추상적 형태와 구조, 재료의 물성에 대한 감각에서 비롯되었다. 이후 그는 조각으로 영역을 전환하지만, 회화를 포기하지 않았다. 문신의 회화는 우리에게 그의 삶과 예술을 파노라마처럼 펼쳐 보여준다.
"나는 지금도 미술가라는 단어 앞에만 서면 아름답고 걷잡을 수 없이 드넓게 펼쳐진 파노라마 속으로 향하는 듯한 느낌을 받게 된다"
-문신-
<자화상>
1943, 캔버스에 유채, 개인 소장
: 도쿄 일본미술학교에서 서양화를 공부하던 시절 그린 자화상이다. 해부학에 근거한 인체 표현과 자연스러운 색감의 온건한 화풍을 보여주면서도 화면을 과감하게 나누는 구도나 인물의 시선이 인상적이다. 작가가 남긴 기록에 따르면 일본의 재야 공모전인 이과전(二科展)에서 떨어지고 그 이듬해 제작한 작품으로, 20대 초반의 조선인 청년은 자신을 마치 타인의 평가에 아랑곳하지 않는 중년의 거장처럼 묘사했다. 일본 각지에서 상경한 예술인들이 거주하던 '이케부쿠로 몽파르나스' 예술인촌에서 작업하던 작가는 민족적 정체성보다 화가로서의 정체성을 중시했음을 감지할 수 있다.
<아침 바다>
1952, 캔버스에 유채, 창원시립마산문신미술관
: 문신은 현재 창원시립마산문신미술관이 들어선 추산동 언덕에서 내려다 보이는 마산의 바다 풍경을 즐겨 그렸다. <아침 바다>는 바다에서 느껴지는 낭만주의적 격정과 인상주의적인 눈부신 햇살이 조화를 이루어, 문신의 화가로서의 탁월한 기량을 보여주는 작품 중 하나이다. 해가 솟기 직전의 바다의 아름다운 광경을 포착한 작가는 화면을 거칠고 힘찬 붓놀림으로 단순하게 처리했다. 수평선을 잘 살리기 위해서 가로로 긴 캔버스는 물론, 추상적인 문양으로 조각된 액자 역시 작가가 직접 제작했다.
<해바라기>
1959, 캔버스에 유채, 창원시립마산문신미술관
<낙원>
1952, 캔버스에 유채, 개인 소장
<어부>
1946, 나무, 창원시립마산문신미술관
: 화가로서 활동하기 시작한 초기에, 문신은 회화뿐만 아니라 목조각을 제작, 전시하여 주목을 받았다. 평론가 근원 김용준은 당시 이를 두고 "액자는 액자대로 목조는 목조대로 회화와 불가분한 유기적인 생명"을 지닌 예술 작품이라고 평가한 바 있다. <어부>는 1948년에 제작한 <고기잡이>의 모티프가 된 고부조 목조각으로, 바다에서 생명을 건 어부들의 긴장된 표정과 팽팽한 근육을 생생하게 표현해, 이때부터 문신이 조각가로서 가능성을 지니고 있음을 보여준다.
<고기잡이>
1948, 캔버스에 유채, 국립현대미술관
: 일본 유학에서 돌아와 마산에 정착한 문신은 산과 바다로 둘러싸인 마산의 풍경을 즐겨 그렸다. 김용준은 문신의 회화가 "내 나라의 현실과 자연에서 보고 듣고 느끼게 되는 현상을 예술적인 관조를 통해 구현"한다고 보았다. 화폭은 평온하고 아름답기만 한 바다가 아니라 거기에 생계와 목숨을 건 어민들의 거칠고 활기찬 삶으로 가득하다. 당시 문신은 물감을 제외한 화구를, 즉 캔버스와 캔버스를, 붓과 액자까지 손수 제작했다. 볼륨감 넘치는 해녀들이 조각된 아름다운 나무 액자는 회화와 유기적인 관계를 맺어내며 동시에 그 자체로 완벽한 부조 작품이다.
<정물>
1950년대, 캔버스에 유채, 국립현대미술관 이건희컬렉션
: "7세 때에 할머님마저 세상을 떠나게 되어 나의 그 평화스러운 생활이 끝장나 버렸다. 그때부터는 숙부모님 곁에서 잡화점 일을 거들며 학교를 다녔다. 그즈음하여 나는 틈만 있으면 바닷가에 가서 바다물에 뛰어 들기도 하고 조개도 잡고 물속에서 노는 색색 고기도 즐겨 보면서, 바닷물이 빠져나간 모래밭 위에다 고기며 그림을 그렸다. [...] 그때부터는 친척집 잡화점보다 선창가의 판장(販場) 생선 가게가 나에게는 더 흥밋거리였다. 어부는 나의 친구였고 어선은 나의 자유스러운 즐거운 집이었다."
-친필 원고 중에서, 연도 미상, 숙명여자대학교 문신미술관 소장.-
<고기>
1959, 종이에 펜과 수채, 개인 소장
<명태>
1957, 캔버스에 유채, 숙명여자대학교 문신미술관
<닭장>
1950, 캔버스에 유채, 국립현대미술관 이건희컬렉션
: 1948년 서울에서의 첫 개인전 이후 문신은 "현실에서 유리된" "화면의 기교를 위한 낭만"이 아닌 "현실 생활의 체험에서 우러나온" 작품을 제작하겠다고 결심했다. 그림의 제재이든 기법이든 '관념'이 아닌 '체험'을 중시한 그는 당시 주변 인물들의 소박한 삶을 솔직하게 그렸다. 화면을 꽉 채운 구성과 빼곡히 닭장에 갇힌 닭의 모습이 답답한 현실을 반영하는 듯 하다. 깊게 눌러쓴 밀짚모자와 우산으로 겨우 한여름의 뜨거운 햇볕을 가린 채 닭장 앞에 무료하게 앉아 있는 남자의 모습은 전쟁통에 무기력하던 서민의 삶과 다름이 없다. 그럼에도 문신 특유의 '남향적인 정열'이 느껴지는 따뜻한 색체가 돋보인다.
<군계>
1953, 캔버스에 유채, 국립현대미술관
: 1953년 <제3회 문신전>(부산 르네상스화랑다방)에 출품되었다. 전시를 후원한 '후반기 미술회' 동인들이 전시 서문에서 당시 문신의 회화를 "엄밀한 관찰에서 오는 명쾌한 화풍"이라 평했듯이, <군계> 역시 삶과 밀착한 체험에서 비롯된 작품이다. 6.25전쟁기 피난 시절 고요한 밤에 피난민 부락의 앙계장에서 들려오는 닭 울음소리를 듣고 스케치북을 들고 밖으로 나갔다고 적은 그의 짧은 친필 원고를 통해, 우리는 이 작품이 작가가 체험한 전쟁의 은유, 즉 남과 북으로 갈린 조국의 현실을 암시하고 있음을 짐작하게 된다. 이를 표현하는 작가 특유의 과감한 화면 구성과 두터운 윤곽선, 따뜻한 색채, 거친 필치가 인상적이다.
<소>
1957, 캔버스에 유채, 국립현대미술관
: 일제강점기 이후 소는 화가들에게 주로 민족적이고 향토적인 소재로 다뤄졌습니다.
그런데 이 그림에서 문신은 소에 대해 다른 작가들과 꽤 다른 접근방식을 취합니다.
철저히 조형적인 관점에서 소라는 대상에 접근하고 있는 건데요,
서로 몸을 밀착한 어미 소와 송아지의 모습을 담은 이 그림은
언뜻 보면 마치 한 마리의 소를 그려놓은 듯 보입니다.
두드러진 갈색 윤곽선과 평면화되고 단순화된 화면이 이런 착시를 불러일으키는데요,
이 그림에서 갈색의 선은 어미 소와 송아지의 밀착한 몸을 가로지르며
그들의 골격을 드러내기도 하고, 투시된 어미의 갈비뼈가 되기도 합니다.
덕분에 소는 추상에 보다 가까운 형태를 취합니다.
여러 시선과 각도에서 바라본 대상을 하나의 화폭 위에 표현하고
한정된 색채를 사용함으로써 대상을 단순화, 표면화시키는 이런 실험은
입체주의에 대한 작가의 관심을 보여주는데요,
이 그림을 그릴 당시 문신은 모던아트협회에 참여하고 있었습니다.
모던아트협회는 후기 인상주의 이후 등장한 야수주의와 표현주의, 입체주의 같은
여러 사조의 조형성을 포괄하며 새로운 모던회화의 양식을 추구했는데요,
이 단체에 참여하기 전이었던 일본 유학 시절 이전부터
문신은 입체주의를 대표하는 화가, 피카소의 그림을 즐겨 모사했다고 합니다.
피카소가 보여준 급진성과는 거리가 있지만,
문신 역시 그림을 이루는 요소들간의 관계를 탐구하며
형태에 대한 적극적인 실험을 해나갔음을 보여주는 그림입니다.
-오디오 가이드 내용-
<금붕어가 있는 정물>
1959, 캔버스에 유채, 임호건 소장
: 문신의 1950년대 작품은 주로 자연이나 일상을 대상으로 하지만 점차 주관적인 형태를 취하며 대상을 단순명료하게 구성하려는 작화 태도를 보인다. 이는 당시 한국화단에 확산된 서양 모더니즘의 영향이라 할 수 있다. 향토색과 초록색이 주조를 이루는 화면에서 어항과 물풀의 경계가 일그러지고 그 사이로 헤엄치는 금붕어는 간략하게 묘사되었다. 대상의 단순화, 평면화, 강렬하고 밝은 색채 등에서 야수주의에 대한 작가의 관심을 읽어낼 수 있다.
<정물>
1957, 캔버스에 유채, 가나문화재단
왼) <샴페인이 있는 정물>
1958, 캔버스에 유채, 개인 소장
오) <선인장이 있는 정물>
1958, 캔버스에 유채, 임호건 소장
: 1957년 문신은 '모던아트협회'에 가담하여 활동하기 시작했다. 모던아트협회는 20세기다운 새로운 미술을 지향했던 단체로, 서양화가 김영주는 이들을 두고 "기성의 울타리 밖으로 뛰어나와 전위적인 방법을 선택한 입장"이라고 평했다. 이 시기 문신의 회화는 점차 평면화되고 대상은 구성적인 요소로 간결하게 정리되기 시작한다. 화면 속 유리병과 호박은 명확한 구분 없이 평면적으로 연결되고 화분에 심긴 선인장도 동일한 둥근 형태와 초록색으로 통일감을 형성한다.
<정물>
1958, 캔버스에 유채, 개인 소장
<도시 풍경>
1959, 캔버스에 유채, 국립현대미술관
: 1957년 서울로 활동의 장을 옮기면서 문신의 작품에는 마산 앞바다와 산 대신 서울의 고층빌딩과 가로수, 가로등 그리고 익명의 군중이 들어섰다. <도시 풍경>이 제작된 해는 그가 회원으로 활동한 모던아트협회는 물론 당시 한국 미술계 전반에서 앵포르멜(Imformel)로 대표되는 추상미술이 주류가 된 시절이었다. 이러한 시대 분위기 속에서 문신 역시 조형적 실험을 통해 점차 평면화, 단순화된 작품을 선보였지만 그는 끝까지 구상 이미지를 포기하지 않았다. 이 작품에서는 또한 한편 두텁게 칠한 가로수의 녹음과 가볍게 덧칠한 거리의 마티에르 차이에서도 그만의 개성을 느낄 수 있다.
<서대문에서>
1958, 캔버스에 유채, 국립현대미술관
<태평로에서>
1959, 캔버스에 유채, 창원시립마산문신미술관
<황혼>
1954, 캔버스에 유채, 임호건 소장
: 1957년 <제2회 모던아트협회전>(서울 화신화랑)에 출품된 작품이다. 6.25전쟁이 휴전으로 끝나 갈 즈음까지 문신은 서울과 부산 등지를 오가며 작품 활동에 전념했다. 일본 유학에서 돌아와 자연이나 일상을 즐겨 그려왔던 문신은 1954년경부터 점차 사물의 고유색을 부정하며 주관적인 형태를 취하기 시작했다. 검은 선으로 간결하게 표현된 기와지붕과 나무를 너머로 황혼에 물든 마산의 시가지가 따뜻하게 펼쳐진다. 검정과 주황을 대비시킨 대각선 구도의 대담한 화면 구성에서 문신의 추상에 대한 관심을 예견할 수 있다.
<잔설>
1948, 캔버스에 유채, 임호건 소장
: 마산에 정착한 문신은 일본 체류 당시 영향을 받았을 것으로 추정되는 표현주의 경향의 작품들을 제작했다. 화가이자 평론가였던 길진섭은 문신의 회화가 "낡은 사상과 양식의 허위와 화려한 화면이라는 것은 벌써 모조리 주워 담아서 조각배에 띄워 버린 지 오래다"라고 평했다. 잔설이 남은 황토색 삼각형 산 위에 옥빛 하늘을 향해 뻗은 상록의 소나무가 평면적이고 단순하게 구성되어 있다.
전체적으로 대상의 형태를 존중하면서 표현주의의 입장을 드러내거나 추상의 경향으로 이행하려는 작가의 갈등이 엿보인다.
<아침 바다>
1958, 캔버스에 유채, 개인 소장
<정물>
1959, 캔버스에 유채, 국립현대미술관
<정물>
1959, 캔버스에 유채, 국립현대미술관
<모자>
1955, 캔버스에 유채, 가나문화재단
<인물>
1958, 캔버스에 유채, 개인 소장
<소녀상>
1958, 캔버스에 유채, 개인 소장
<소녀>
1953, 캔버스에 유채, 가나문화재단
<야전 병원>
1952, 목판화, 창원시립마산문신미술관
: 문신은 나무 부조 외에도 나무를 재료로 한 목판화를 제작하기도 했다. <야전 병원>은 작가가 종군화가로 활동하던 시절에 제작된 작품으로, 병원이라 불리기는 해도 침대 하나 없는 허름한 방에서 책을 읽어주는 간호사와 그녀를 둘러싼 부상병들의 평안한 한 때를 포착했다. 전체적인 구성과 인물 및 공간 묘사가 자연스럽고, 해칭, 흐르는 듯한 긴 곡선과 짧은 선, 선의 굵기와 강약이 자유자재로 구사되어 목판화에 대한 작가의 관심과 이해가 높았음을 알 수 있다.
<무제>
1966, 캔버스에 유채와 혼합 재료, 통도사 성보박물관
<알타미라의 인상>
1966, 캔버스에 유채와 혼합 재료, 홍익대학교박물관
<달표면>
1966, 캔버스에 유채와 혼합 재료, 개인 소장
: 추상 형태와 단조로운 색상, 그리고 거친 마티에르에서 앵포르멜의 영향을 읽어낼 수 있다. 하지만 그는 새로운 흐름을 맹목적으로 따르는 대신 자신만의 체험을 기반으로 실험을 모색했다. 어쩌면 앵포르멜보다는 그가 프랑스 체제 시절에 생계를 위해 고성을 수리할 때 갈라진 돌틈에 시멘트에 광물성 물감을 혼합해 메워, 옛 돌과 같은 느낌이 나도록 만들었던 반복적인 노동에서 습득한 화가로서의 체험이 그가 재료의 물성과 형태, 대상의 구조적 관계 등에 매료되는 데 영향을 주었을 것이다. 1970년 이후 작가는 몇몇 조각에 태양, 우주 등의 제목을 붙였는데, 이 작품의 제목은 지구 너머 세계에 대한 그의 관심이 이 시절부터 시작되었음을 보여준다.
<무제>
1963, 패널에 혼합 재료, 국립현대미술관
: 1961년 초 도불한 문신은 본격적으로 추상 작업을 시작했다. 당시 파리 미술계는 부활한 20세기 초 모더니즘 미술과 앵포르멜, 그리고 새로이 등장한 누보 레알리즘(Nouveau Realisme), 신구상(Nouvelle Figuration) 등이 공존하고 있었다. 시멘트가 두껍게 칠해진 패널에 숟가락, 노끈 등 일상의 오브제가 부착된 이 작품은 그가 이러한 최신 경향에 관심을 가지면서 형식, 재료, 기법에 구애받지 않고 다양한 조형적인 실험을 시도했음을 보여준다. 이 작품은 스페인 출신의 어느 여성 화가를 모델로 제작한 초상화로 알려져 있다.
왼) <무제>
1966, 캔버스에 유채와 모래, 숙명여자대학교 문신미술관
오) <무제>
1968, 캔버스에 모래와 아크릴릭, 유채, 창원시립마산문신미술관
<무제>
1980, 캔버스에 모래와 아크릴릭, 유채, 창원시립마산문신미술관
오) <무제>
1980, 캔버스에 모래와 아크릴릭, 유채, 창원시립마산문신미술관
<무제>
1974, 캔버스에 모래와 아크릴릭, 유채, 창원시립마산문신미술관
<무제>
1980, 캔버스에 유채와 혼합 재료, 개인 소장
<두 여인>
1974, 캔버스에 혼합 재료, 경남도립미술관
<무제>
1978, 캔버스에 유채와 혼합 재료, 개인 소장
: 작가가 영구 귀국하기 2년 전에 제작한 이 작품은 본인의 추상 조각 작업의 근원으로 강조했던 원과 선을 기본으로 삼고, 이를 변주하여 기하학적인 형태를 단순하게 구성했다. 그는 조각에서 형태를 중시하고 마티에르를 부차적이라고 간주해 표면을 아주 매끄럽게 연마했는데, 회화에서는 투명한 프랑스 모래를 재료로 사용하는 등 마티에르를 풍부하게 살려 물성을 드러냈다. 이 작품은 선명한 붉은 색과 깊은 푸른색의 대비만으로 무한한 우주의 신비를 연상시킬 만큼 매력적이다.
<무제>
1966, 캔버스에 유채와 혼합 재료, 국립현대미술관
: 1965년 귀국했을 때, 문신의 캔버스에서 구상적인 이미지는 완전히 사라지게 된다. 대신 재불 시절 라브넬 성을 수리하는 과정에서 체득하게 된 추상형태, 부분과 전체의 관계, 물성에 대한 감각이 화면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1967년 다시 프랑스로 건너가기 전까지 서울에 머물면서 홍익대학교에서 강의할 무렵 제작된 이 추상화는, 원과 사각형과 유기적인 추상형태의 리드미컬한 구성과 단조롭지만 조화로운 색 배열, 그리고 미묘한 마티에르의 변화가 아름답다.
<무제>
1981, 백자에 청화, 철사, 진사 (광주 분원요), 개인 소장
<무제>
1981, 백자에 청화, 철사, 진사 (광주 분원요), 개인 소장
<무제>
1981, 백자에 청화, 철사, 진사 (광주 분원요), 개인 소장
: 문신은 생전 100여 점의 도화(陶畵)를 남겼다.
작가는 스스로 '채화(彩畵)'라 이름 붙인 채색 드로잉을 종이가 아닌 백자 위에 그린 것이다. 광주 분원요와 덕산 출신 곡우(谷雨) 진종만의 백자에 작가 특유의 대칭적인 추상 형태가 리드미컬한 곡선과 선묘의 반복, 그리고 대범한 색체로 펼쳐진다. 확산하는 생명의 기운을 품은 문신의 드로잉이 백자의 풍만한 볼륨 및 유백(乳白)의 바탕색과 만나면서, 유기적인 추상 형태의 자유로움과 신비로움이 배가 된다.
매끄럽고 광택 나는 백자의 물성이 문신이 주로 다루던 조각 재료의 물성을 연상시킨다는 점에서도 흥미롭다.
<무제>
1993, 백자에 청화, 철사, 진사 (덕산 곡우요), 개인 소장
🖼️
2. 형태의 삶: 생명의 리듬
1960년대 후반부터 문신은 최소한의 조형 단위인 구(球) 또는 반구(半球)를 다양한 방식으로 결합, 구축한 추상 조각을 제작하기 시작했다. 1970년 프랑스 남부 페르피냥(Perpignan)에 위치한 바르카레스항(Port-Barcares)의 '사장(沙場)미술관(Musee des Sables)'에서 열린 ≪국제 조각 심포지엄≫에 출품한 13미터 높이의 나무 조각 <태양의 인간>은 문신이 조각가로 이름을 알리게 되는 중요한 사건이었다. 이후 그는 ≪살롱 드 메≫, ≪살롱 콩파레종≫, ≪살롱 데 레알리테 누벨≫ 등 다양한 전시에 초대 받았고, 그가 선보인 석고, 나무, 브론즈 조각은 프랑스 미술계로부터 독창성을 인정받았다. 2전시실에서는 특히 제작에 엄청난 공력(功力)을 요구하고 복제 불가능한 문신의 나무 조각과 관련 드로잉을 소개한다.
문신은 조각을 제작하기 전에 무수히 많은 드로잉을 그렸다. 그는 원과 선을 다양한 방식으로 연결하는 과정에서 만물이 원과 선으로 이루어진다는 사실을 새삼 깨달았고, 반복을 통해 미묘한 차이를 지닌 다양한 형태가 창조되는 것에 매료되었다. '개미'로 불리는 그의 조각은 이렇게 탄생했다.
문신의 조각은 크게 <태양의 인간>처럼 구 또는 반구가 구축적 배열되어 무한히 확산되는 듯한 기하학적 형태와 <개미>처럼 생명체를 연상시키는 생명주의적 또는 유기체적 형태로 나눌 수 있다. 어느 쪽이든 그에게 형태는 무언가의 이미지나 의미를 지닌 기호, 또는 추상적 본질의 표상이 아니라 그 자체의 삶을 지닌, 즉 시간과 공간, 정신, 물질 등과 다양한 관계를 맺으면서 변화하는 구체적인 존재였다. '대칭', '정면성', '수직성' 등을 특징으로 하는 문신 조각의 형태는 창조적으로 진화하는 '생명' 또는 약동하는 '생명력' 그 자체다.
"한 조각 작품을 제작하기 전에 많은 데생을 한다.
그것들은 선과 선들로 연결된 원, 타원 또는 반원으로 구성된 것이다. 종이 위에 전개된 이 원과 선들을 하나의 구체적인 量(볼륨)으로 만들기 위해 단단한 재료 한 덩어리를 직접 깎는다. 이 양들은 무엇보다 먼저 나의 포-룸(forme)이 되기를 바란다. 이것들에는 여하한 구상적 현실의 재현을 바라지 않는다. 그러나 그것들은 자연스러운 형태일 뿐이다. 그것들은 그들 자체의 현실을 가진 형태들이다. 즉 주제가 없지만 그들 자체의 실재를 가진 포룸들이다. 오직 내가 바라는 것이 있다면, 작업을 하는 동안에 이 형태들이 생명력을 가지게 되며 궁극적으로 생명의 의미성을 가지게 되길 바랄 뿐이다."
-문신-
왼) <무제>
1968, 종이에 펜, 창원시립마산문신미술관
중) <무제>
1969, 종이에 펜, 국립현대미술관
오) <무제>
연도 미상, 종이에 사인펜, 국립현대미술관
왼) <무제>
연도 미상, 종이에 펜, 창원시립마산문신미술관
오) <무제>
1970, 종이에 사인펜, 국립현대미술관
왼) <무제>
1969, 종이에 펜, 국립현대미술관
오) <무제>
1970, 종이에 볼펜, 국립현대미술관
<무제>
연도 미상, 종이에 볼펜, 국립현대미술관
<무제>
연도 미상, 종이에 펜, 개인 소장
왼) <무제>
연도 미상, 종이에 볼펜, 국립현대미술관
오) <무제>
연도 미상, 종이에 펜, 창원시립마산문신미술관
오) <무제>
1972, 종이에 펜, 개인 소장
<무제>
1990, 흑단, 가나문화재단
<개미>
1970, 참나무, 개인 소장
: 개미 시리즈는 문신이 평면에서 벗어나 구와 선의 조합에 관심을 가지면서 제작한 초기 추상 조각 중 하나다. 사실 작품이 처음 발표되었을 때에는 <무제>였으나 전시장에 놓인 작품을 두고 프랑스 관람객들이 개미를 닮았다고 해서 이후 유사한 형태의 작품에 <개미>라는 타이틀이 붙게 되었다. 전체적으로 문신 특유의 좌우 대칭을 이루고 있지만 두 개의 구를 가로지르는 선의 길이와 방향이 미세한 차이를 지님으로써 단조로움을 깨뜨린다. 작가는 좌우의 미세한 차이를 성장하면서 환경에 의해 달라지는 자연의 법칙을 따른 것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토템>
1994, 흑단, 뮤지엄 산
왼) <무제>
1972, 흑단, 개인 소장
오) <무제>
1990, 흑단, 가나문화재단
<무제>
1975, 종이에 펜, 개인 소장
<무제>
1970년대 중반, 종이에 펜, 국립현대미술관
<무제>
1975, 종이에 펜과 사인펜, 국립현대미술관
<무제>
1973, 흑단, 국립현대미술관
<무제>
연도 미상, 종이에 수채, 국립현대미술관
<무제>
1990, 흑단, 가나문화재단
<무제>
1985, 흑단, 개인 소장
: 지상에 견고하게 두 다리를 내리고 하늘을 향해 당차게 서 있는 존재, 비록 크기는 작지만 내재한 생명력은 강하고 무한하게 느껴진다. 뷜렌도르프의 비너스를 연상시킬 만큼 풍만하고 아름답다.
창원시립마산문신미술관은 이 형태를 키워 브론즈로 제작한 <우주를 향하여 4>를 소장하고 있는데, <무제>는 규모와 무관하게 브론즈 작품 못지 않은 기념비성을 지닌다. 이는 재료의 특성, 즉 땅과 하늘을 잇는 매개체로써 나무가 지닌 신성함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매끄럽게 마무리한 브론즈와 달리 상부 가장자리 곡선의 요철도 이 작품만의 독특한 매력이다.
<무제>
1981, 흑단, 국립현대미술관
: 우주 만물이 음양의 조화로 이루어짐을 자각한 문신에게, 구는 반구체 두 개가 합쳐져 만들어진 세상, 즉 성질이 다른 두 기운이 어울려 균형을 이룬 세상을 의미했다. 응결된 에너지를 품은 두 씨앗 혹은 은하가 서로 마주보며 대칭을 이루는 듯한 간결한 형태는 문신의 세계관을 분명하게 보여 준다. 작가는 이 작품을 스테인리스 스틸로 확대 제작해 '화(和)'라는 제목을 붙였다. 스테인리스 스틸 작품이 반짝이는 표면으로 인해 외부 환경과 부단히 상호작용한다면, 밀도 높은 검은 색을 띤 이 흑단 조각은 내부에 존재하는 에너지로 충만하다.
<무제>
1990, 흑단, 가나문화재단
왼) <무제>
1991, 흑단, 숙명여자대학교 문신미술관
오) <무제>
1983, 흑단, 창원시립마산문신미술관
<무제>
1987, 종이에 펜과 채색, 창원시립마산문신미술관
: 바탕이 되는 단색조의 면, 중식측에서 양쪽 또는 사방으로 갈라지며 확산되는 선의 조화가 아름답다.
부챗살처럼 퍼지거나 서로 겹치기도 하는 직선과 곡선이 강약을 달리하며 화면을 장악해, 작품은 섬세하면서 동시에 대담하다. 1987년 한국화랑에서 열린 ≪문신 채화전≫에 출품된 이 채색 드로잉에는 다양한 대칭의 세계가 펼쳐진다. 문신의 추상 드로잉은 점, 선, 면으로 구성된 조형의 세계이면서, 고정불변하는 사물이 아니라 사물들 사이의 관계 또는 변화무쌍한 흐름으로 이루어진 열린 세계임을 직관적으로 드러낸다.
왼) <무제>
1987, 종이에 펜과 채색, 창원시립마산문신미술관
중) <무제>
1987, 종이에 펜과 채색, 창원시립마산문신미술관
오) <무제>
1987, 종이에 펜과 채색, 창원시립마산문신미술관
<무제>
1985, 흑단, 최태호 소장
<무제>
1987, 종이에 펜과 채색, 창원시립마산문신미술관
<무제>
1983, 흑단, 창원시립마산문신미술관
<월화(月花)>
1988, 흑단, 국립현대미술관
<무제>
1979, 흑단, 일맥문화재단
<무제>
1980, 흑단, 창원시립마산문신미술관
<무제>
1978, 흑단, 창원시립마산문신미술관
<토템>
1977, 흑단, 뮤지엄 산
<무제>
1968, 참나무, 창원시립마산문신미술관
<무제>
1991, 흑단, 국립현대미술관
: 문신의 조각은 아주 미세한 차이를 지니는 좌우 대칭을 특징으로 하는데, 이 작품은 이를 과감하게 깨뜨리고 내부의 빈 공간을 적극 변형시켰다. 작가는 영구 귀국 후 브론즈, 스테인리스 스틸 등 재료를 확장하면서도 나무, 특히 흑단에 대한 애착을 버리지 못해 한국에서 구하기 어려운 재료임에도 말년까지 계속 흑단을 다뤘다. 이 작품은 1991년에 제작되었지만, 1967년에 그려진 유사한 형태의 드로잉이 남아 있어, 작가가 이른 시기부터 이 형태에 관심을 가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같은 해 동일한 형태를 비슷한 크기의 브론즈로 제작했다.
<무제>
1972, 참나무, 창원시립마산문신미술관
왼) <무제>
1982, 흑단, 금강미술관
오) <무제>
1982, 흑단, 창원시립마산문신미술관
<무제>
1977, 흑단, 국립현대미술관
: 지금까지 1960년대 말 제작된 '개미' 시리즈 중 하나로 표기되었으나, 가는 선이 세 개의 타원을 자유롭게 가로지르며 휘감는 모습이 1970년대 중반 《살롱 드 메》 등에 출품된 일련의 작품들 중 하나로 보는 것이 적절하다. 선은 매끄럽게 다듬어진 반면 몸체가 되는 타원은 작은 끌의 흔적을 뚜렷하게 남긴 점이 흥미롭다. 유독 장인적인 정교함이 돋보이는 이 작품은 작가가 도구를 자유자재로 다루면서 단단한 재료의 저항을 완전히 극복한 경지에 다다랐음을 보여준다. 중심을 벗어나 비스듬하게 서 있는 가는 지지대 위에 수평의 덩어리가 안정적으로 올려져 있어 작가의 건축적인 균형 감각을 느낄 수 있다. 국립현대미술관과 창원시립마산문신미술관에서는 이와 관련한 드로잉을 다수 소장하고 있는데, 최초 아이디어 단계의 드로잉은 괴량감이 느껴지지 않기 때문에 그야말로 선이 자유롭게 유영하는 무중력의 우주 공간처럼 느껴진다.
<무제> 앞/뒤
1978, 흑단, 국립현대미술관 이건희컬렉션
: 중앙에 선적인 요소가 강조되어 구성적 리듬이 두드러지게 느껴지는 이 작품은, 기교주의에 빠지지 않으면서 정교함과 세련됨을 갖춘 문신 조각 특유의 관능미가 돋보인다. 현악기처럼 보이기도 하고 갑충류처럼 보이기도 한다. 문신의 조각은 그 형태와 질감으로 인해 곤충을 연상시키는 경우가 많다.
곤충은 인류 이전부터 존재해 온 강한 생명체로써 토템으로 숭배되기도 하므로, 우리는 자연스럽게 문신 조각에서 원시성을 감지할 수 있다. 풍만한 볼륨과 함께 표현되는 날카로운 선과 예리한 각에서 무의식적으로 표현된 작가의 욕망과 터부를 읽어낼 수 있다.
<무제>
1972, 참나무, 창원시립마산문신미술관
: 1973년 파리 조각센터에서 열린 목조각 7인전 《조각의 숲》에 출품된 작품으로, 문신의 건축에 대한 풍부한 관심과 경험이 감지된다. "작품의 어느 부분을 돌출시키고 싶다면 그것을 받쳐 주는 또 다른 부분을 고려해야 한다. 이것이 건축물에 있어서는 역학이요, 회화나 조각에 있어서는 '균형'일 것이다." 작가는 한 개의 가느다란 지지대 위에 구와 선으로 이루어진 날렵한 추상 형태의 수평적인 구조들을 절묘하게 얹어 균형과 운동감을 동시에 이루어 냈다. 완벽하게 다듬어진 매끄러운 표면은 두 개의 유선형의 형태, 반복적인 곡선과 함께 작품에 속도감을 부여한다.
<무제>
1994, 주목, 가나문화재단
<무제>
연도 미상, 종이에 펜, 숙명여자대학교 문신미술관
<행운>
1991, 흑단, 개인 소장
<무제>
1992, 흑단, 개인 소장
: 좌우 대칭과 함꼐 문신 조각의 두드러지는 조형적 특징은 상승의 움직임이 강하게 느껴지는 수직성이다. 때로는 이 작품처럼 수평적 요소가 강조되면서 수직과 수평이 조화로운 긴장감을 자아내기도 한다. 그의 조각은 측면이 거의 고려되지 않고 정면성이 강한데, 이는 작가가 덩어리로 된 통나무보다 제재된 납작한 목재를 주로 다룬 사실과 무관하지 않다.
이 작품은 앞뒷면의 결이 확연하게 달라 재료의 특수성이 신비롭게 드러난다. 작가는 간혹 목재를 끌로 다듬다가 햇빛에 비춰보면 나무의 색이 속에서 우러나올 때가 있는데, 거친 마티에르가 렘브란트의 그림을 연상시켜 목재를 깎아 내는 걸 망설이게 된다고 회고하기도 했다.
<무제>
연도 미상, 흑단, 개인 소장
: "대칭 구조의 두 개의 계란 형체가 지표를 뚫고 상승하는 떡잎처럼 싹을 틔워 성장하면서 우주 공간으로 팽창해 간다."는 작가의 표현처럼, 작품은 단순한 형태와 정제된 마감, 대칭과 상승, 그리고 팽만한 볼륨감이 충만한 생명의 에너지를 가득 품은 것처럼 보인다. 팽창하는 듯한 상부를 지지하는 하나의 수직적 구성체는 건축적 역학에 대한 작가의 관심을 보여주는 동시에, 날렵한 선으로 분화하며 두 개의 '계란 형체'의 표면을 미끄러지듯 상승해 결국 하나의 꼭지점으로 수렴한다. 이렇게 해서 작가가 궁극적으로 지향한 '조화', '화합', '결실'의 의미를 완성시킨다.
<무제>
1994, 흑단, 개인 소장
<무제>
종이에 펜과 잉크, 최태호 소장
1974, 1973
<무제>
1981, 쇠나무, 창원시립마산문신미술관
<무제>
1986, 흑단, 부산시립미술관
<무제>
1987, 흑단, 가나문화재단
<무제>
1993, 흑단, 개인 소장
왼) <무제>
1967, 종이에 사인펜, 국립현대미술관
중) <무제>
1969, 종이에 펜, 숙명여자대학교 문신미술관
오) <무제>
1969, 종이에 펜, 숙명여자대학교 문신미술관
왼) <작품>
1977, 종이에 펜과 잉크, 뮤지엄 산
오) <작품>
1978, 종이에 펜과 잉크, 뮤지엄 산
<작품>
1986, 종이에 펜과 잉크, 뮤지엄 산
<무제>
1990, 흑단, 가나문화재단
<무제>
1969, 참나무, 창원시립마산문신미술관
<무제>
1970년대 중반, 벚나무, 개인 소장
: 문신의 조각을 형태상 크게 둘로 나누자면, 원과 선으로 이루어진 대칭적인 구조에 바닥에 발을 딛고 있는 듯한 유기적인 추상 형태와 구 또는 반구가 반복적으로 구축되는 기하학적인 형태로 나눌 수 있다.
이 작품은 흥미롭게도 이 둘을 상하로 연결하는 독특한 형태를 띄고 있다. 형태 자체가 때로는 단순하게, 때로는 복잡하고 다양하게 진화하는 생명을 지닌 것처럼 느껴진다. 한편 작가는 비교적 깊이가 있는 목재를 사용, 특히 상부의 경우 내부를 향해 깎거나 쪼아가며 형태를 만들어 내는 목조각 특유의 독특한 물성과 공간감을 충분히 살렸다.
<무제>
1979, 흑단, 개인 소장
<무제>
1968, 아카시아, 창원시립마산문신미술관
: 프랑스 페르피냥 시가 개최한 국제 조각 심포지엄 조성에 관여할 당시 제작된 작품이다. 폐선(廢船) 리디아호의 버려진 목재를 재료로 한 이 작품은 수납 가능한 테이블을 겸했다. "구체와 반구체의 배열을 달리하는 것에 의해 변화를 갖는 구성체"로 탄생한 이 작품은 문신이 1970년 제작, 발표한 <태양의 인간>이 구체와 반구체의 무한한 수직적 확장에 초점을 맞춘 것과 달리 반복과 변형이 만들어내는 부분들의 관계에 집중하고 있다. 작가는 이 작품과 <태양의 인간>을 합친 드로잉을 포함해 이 구조를 제작하기까지 다수의 드로잉을 남겼다.
🖼️
3. 생각하는 손: 장인정신
문신은 하나의 작품을 시작하기 전부터 긴 준비 기간을 가졌는데, 재료와 도구를 잡는 순간 계획에 의존하지 않고 손의 물리적인 동작에 철저히 몰입했다. 반복을 통해 숙련된 기술과 촉각적인 직감을 통해 손의 감각이 향상되면 동작은 즉흥적으로 리듬을 타게 되고 작가는 더 이상 기술에 함몰되지 않고 상상력을 매개로 직관적인 도약에 다다랐다. 이와 같은 제작의 즉흥성은 예상치 못했던 형태가 스스로 창조되는 과정과 자연스럽게 겹쳐진다. 흥미롭게도 문신의 조각은 즉흥의 과정을 거친 후 고도로 섬세하고 치밀한 세부처리로 마무리되었다. 형태를 중시한 그는 조각에서 마티에르를 부차적인 요소로 간주했고 표면을 매끄럽게 연마했다. 문신은 같은 형태를 다양한 크기와 재료로 제작했는데, 어떤 형태가 주어진 재료에서 다른 재료로 옮아가면 변형을 겪게 마련이다. 때론 미묘하고 때론 드라마틱한 이 변형은 어떤 재료를 사용하든지 세련되게 마감된 문신의 조각을 감상하는 묘미 중 하나다. 3전시실에서는 브론즈 조각과 관련 드로잉을 소개한다.
문신은 다양한 재료와 기법을 능숙하게 구사하며 창작의 고된 물리적 행위를 즐겼고, 감상자는 그의 작품에서 강인한 체력과 인내심, 그리고 부단한 노동의 흔적을 발견할 수 있다. 그의 작품은 근대 이후 만들어진 예술가와 장인의 구분, 즉 독창성과 상상력, 자유를 지닌 전자와 기술, 노동, 서비스를 중시하는 후자의 구분을 무의미하게 만든다.
한편, 문신의 조각은 완벽한 좌우대칭이 아니다. 마치 생명체가 정확한 대칭이 아니듯 그의 조각 역시 미세한 차이를 지닌다. 문신의 조각에서 대칭은 엄격한 법칙이나 그에 따른 결과물이 아니라 하나의 과정이자 변화의 동력으로 작동했다. 덕분에 그의 작품은 마치 배아에 내재되어 있는 잠재성이 다양하게 분화되는 생명체처럼, 또는 원형에서 변형된 변이처럼 결과를 예측하기 힘들다. 그래서 그의 조각은 엄격하면서 동시에 유머러스하고 환상적이다.
<무제>
1968, 종이에 펜, 국립현대미술관 이건희컬렉션
: 문신은 1960년대 말부터 채색 드로잉을 제작하기 시작했는데, 1973년 작업 중 사다리에서 떨어져 4개월간 병석에 눕게 되면서 이 작업에 더욱 몰두했다. 작가는 드로잉 후 가늘고 굵은 선 또는 화려한 색으로 면을 메우는 이 작업을 '채화'라 불렀다.
그는 다양한 굵기의 건축용 펜에 색색의 중국 잉크를 넣고 호흡을 조절해가며 작품의 완성도를 높였다.
만화경, 원생동물 혹은 미지의 생명체, 세포분열 혹은 빅뱅의 순간 같기도 한 채색 드로잉은 나무 조각과는 또 다른 방식으로, 즉 점과 선으로 시작해 리듬을 타며 성장, 확장하는 생명의 힘을 발산한다.
<무제>
1970, 종이에 펜, 창원시립마산문신미술관
<무제>
1974, 종이에 펜, 창원시립마산문신미술관
<무제>
1969, 종이에 펜, 창원시립마산문신미술관
<무제>
1969, 종이에 펜, 창원시립마산문신미술관
: 피카소 또는 쿠바 출신으로 파리에서 초현실주의에 참여했던 위프레도 람 (Wifredo Lam)의 작품을 연상시킨다. 문신이 그들처럼 원시주의적, 초현실주의적 작품을 의도하고 제작한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선이 그어진 그 때부터 심적 형상을 의식할 수 있으나, 그 이전에는 작품화하는 아무런 선입은 없다."는 작가의 말처럼 선을 긋는 행위와 함께 그 과정에서 발현된 작가의 무의식을 읽어 낼 수 있다.
작가는 1960년대 말부터 1970년대 중반까지 대칭이 완전히 파괴된 유기적 형태와 면 분할, 다양한 밀도의 해칭으로 완성된 독특하고 아름다운 단색의 드로잉을 제작했다.
<무제>
1972, 종이에 펜, 개인 소장
왼) <작품을 위한 스케치>
1973, 종이에 펜, 개인 소장
오) <무제>
1990, 브론즈, 숙명여자대학교 문신미술관
: 대칭에서 벗어난 극히 소수 작업 중 하나지만, 이 작품은 여전히 '절대적 균형'을 지닌다. 이 균형은 불규칙한 요소를 주의 깊게 배열하는 것보다 더 본질적인 데서 온다. 같은 형태가 흑단으로도 제작되었지만, 브론즈로 제작된 이 작품은 금속이라는 재료가 지닌 유연성을 특히 효과적으로 구현한다. 즉, 양식화된 질서에서 벗어나 닫힘과 열림, 가득 참과 비어 있음, 움직임과 멈춤, 단순함과 복잡함, 팽팽함과 느슨함, 부드러움과 날카로움 등이 자유롭게 교차하면서 또 하나의 생동하는 리듬의 형태가 완성되었다. 관련 드로잉은 불완전한 형태가 조각으로 완성되기까지의 과정을 흥미롭게 보여준다.
<무제>
1973, 종이에 사인펜, 국립현대미술관
<무제>
연도 미상, 종이에 펜, 창원시립마산문신미술관
<무제>
연도 미상, 종이에 펜, 창원시립마산문신미술관
<무제>
1987, 브론즈, 창원시립마산문신미술관
<지(志)>
1989, 브론즈, 창원시립마산문신미술관
<무제>
연도 미상, 종이에 펜, 창원시립마산문신미술관
<무제>
연도 미상, 종이에 펜, 창원시립마산문신미술관
<무제>
1978, 종이에 펜과 잉크, 창원시립마산문신미술관
<무제>
1977, 종이에 펜과 잉크, 창원시립마산문신미술관
<무제>
1986-90, 대리석, 개인 소장
왼) <무제>
1970, 종이에 펜과 잉크, 창원시립마산문신미술관
오) <무제>
1973, 종이에 펜, 개인 소장
<무제>
1988, 브론즈, 개인 소장
: 이 작품은 형태에 있어 대칭을 벗어났지만 좌우의 동등한 무게감으로 균형을 유지한다. 중앙에 위치한 두 개의 유선형 기둥이 균형을 잡고 뾰족한 외각선과 둥근선, 뻗어나가는 면과 수축하는 면의 좌우가 대립하며 운동감을 만들어 낸다. 작가는 이 작품에 대해 "역학적인 구성으로 안정감과 동시에 서로가 다르면서 두 형체가 하나로 묶여 화목을 이루고 있으며, 작품 전체는 촉각이 사방으로 방향을 제시하고 있어 폭넓은 풍요에의 성장을 뜻한다"고 설명했다. 작가는 이 형태를 다양한 크기의 브론즈, 스테인리스 스틸로 제작했다.
<무제>
1989, 브론즈, 창원시립마산문신미술관
<무제>
1987, 브론즈, 개인 소장
<무제>
1991, 브론즈, 개인소장
<무제>
1970, 종이에 펜, 개인 소장
<무제>
1969, 종이에 펜, 국립현대미술관
<무제>
1980년대, 종이에 펜, 경남도립미술관
<무제>
1989, 브론즈, 창원시립마산문신미술관
<무제>
연도 미상, 종이에 사인펜, 국립현대미술관
<하늘을 나는 꽃>
1989, 브론즈, 창원시립마산문신미술관
: <하늘을 나는 꽃>이란 높은 곳에 피는 꽃을 뜻한다.
높은 곳이란 상승과 성장을 말한다. 이것에 '꽃'이 겹쳐 꽃은 아름다움과 영화를, 즉 번영을 뜻한다.
이 조형물은 형태상으로 보아 대칭으로 비상하는 듯한 두 꽃잎 그 사이에 열매를 맺어, 이것은 결실을 말한다. 그리고 이 형상들이 하나로 묶여 단합을 뜻한다."
-친필메모 중에서, 1990, 숙명여자대학교 문신미술관 소장.
<무제>
1991, 브론즈, 개인 소장
<나는 새>
1989, 브론즈, 창원시립마산문신미술관
<우주를 향하여 3>
1989, 브론즈, 창원시립마산문신미술관
: 타오르는 불길, 태양을 향해 솟아오르려는 씨앗 또는 날아오르는 새 등을 연상시키는 이 작품은 '비상(飛上)'의 느낌으로 충만하다. 영구 귀국 후 문신의 작품에는 세포분열된, 또는 복제된 배아처럼 대칭을 이루는 두 개의 구가 유선형에 모서리가 뾰족한 날개를 달고 상승하는 형태가 두드러지게 등장한다.
한편 <우주를 향하여 3>은 제목과 더불어 금속 특유의 물성으로 인해 우주에서 마주하게 된 미확인 비행물체처럼 보이기도 한다. 날렵한 평면과 팽팽한 볼륨의 긴장이 극대화되어, 지상에 뿌리 내리고 있지만 무한한 창공을 꿈꾸는 작가의 내면세계를 엿볼 수 있다.
<무제>
1990, 브론즈, 숙명여자대학교 문신미술관
<균형잡힌 접근>
1988, 브론즈, 숙명여자대학교 문신미술관
: <올림픽 1988> 제작 과정에서 만들어진 작품이다.
좌우 및 상하 대칭을 이루면서 중앙을 가르는 두 개의 선으로 구성된 이 조각은 바깥쪽에서 잡아당기는 힘과 안쪽 공간에서 끌어당기는 힘이 팽팽하게 균형을 이룬다. 기하학적 추상 형태를 지녀 생명체를 연상시키지 않지만, 마치 두 다리처럼 보이는 가는 직선이 유려한 곡선의 구조물을 떠받치는 형상으로, 주된 형상이 공중에 떠있어 경쾌한 느낌을 준다.
작가가 지지대가 없는 이 추상 형태를 자신의 미술관 로고로 채택했다는 점에서 작가의 애정을 느낄 수 있다.
「작가의 말」
"나의 작품의 주제는 '원과 선'의 축적, 그리고 교차로 이루러지는 그것은 작품 하나하나가 항상 중추에서 좌우로 성장하면서 그것이 하나로 융화하는 양상을 보여준다.
작품을 보는 사람에 따르면 우주 속에서 이미 형성됐거나 그리고 형성하는 사물의 순리의 법칙에 따르고 있다고들 한다.
작품은 어디까지나 추상세계의 작업이면서(···) 작품의 이 형체들은 어디까지나 나의 형체[개성]이기를 바라는 것과 그리고 나의 작품에서 위의 요소가 보는 사람으로 해서 감지되었을 때의 나의 희념은 무엇에 비길 것이 없다."
<해조(海鳥)>
1989, 브론즈, 숙명여자대학교 문신미술관
: <해조>는 대부분의 작품을 무제로 한 작가가 구체적인 제목을 직접 붙인 몇 안되는 작품 중 하나이다. 뿐만 아니라 앞면고 뒷면이 다르다는 점에서도 독특하다. 앞면은 타원의 중심에서 외부로 날카롭게 펼쳐지는 곡선으로 이루어져 있고 뒷면은 비늘처럼 생긴 형태가 겹친 채 덮여 있다. 또한 측면에서 보면 앞쪽으로 살짝 기울어져 있어, 작품은 청동의 둔중한 무게감에도 불구하고 비상하려는 생명체가 도약하려는 듯한 생동감으로 충만하다.
<정(精)>
1987, 브론즈, 개인 소장
<무제>
1980, 캔버스에 모래와 아크릴릭, 유채, 창원시립마산문신미술관
<무제>
1981, 브론즈, 창원시립마산문신미술관
<파리1990>
1990, 브론즈, 창원시립마산미술관
<환희>
1989, 브론즈, 창원시립마산문신미술관
「문신이 조각 제작 시 사용했던 도구들」
왼) <무제>
1980, 브론즈, 남태숙 소장
: 문신의 브론즈 작품은 점토로 형태를 모델링하는 과정을 생략, 즉 원형을 직조(直造)했다는 점에서 독특하다. 그는 점토로 형태를 빚는 과정이 작품을 세밀하고 날렵하게 만드는데 불필요하다고 여겼고, 석고를 보다 견고히 만들기 위해 철근으로 뼈대를 잡은 후 철망 등을 이용해 대강의 형태를 만든 후 석고를 붙여가며 형태를 만들어냈다. 이는 조각을 자체의 생명을 지닌 사물로 간주한 작가에게 생명체의 생성ㅡ뼈대에 근육과 피부가 입혀지는 방식ㅡ에 가장 가까운 방식이었을 수 있다.
주조를 마치면 광이 나도록 표면을 연마했는데, 이 작품은 특히 화강석 느낌이 나도록 착색한 점이 독특하다.
오) <무제>
1988, 브론즈, 숙명여자대학교 문신미술관
<개미(라 후루미)>
1985, 브론즈, 국립현대미술관
: 문신은 브론즈를 제작할 때 새로운 형태를 고안하기보다 대개 기존에 발표했던 나무나 석고 작품의 형태를 살리고 크기를 다양하게 변화시켰다. 작가는 1970년대 초 자신의 브론즈 작품을 구입한 한 여성의 소개로 당시 극장에서 상영되던 곤충에 관한 다큐멘터리를 보게 된다. 이 다큐멘터리로 유럽에서는 개미가 근면하고 작은 힘을 모아 큰일을 성취하는 생명체로 인식되고 있다는 사실과 자신의 작품이 개미의 특성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자신의 작품에 '개미'라는 제목을 붙이게 되었다고 회고했다. 추상화, 즉 복잡한 것에서 단순화를 추구했던 작업 방향이 "단순한 형태에서 다양한 감정을 자아내는 쪽으로 바뀌게" 되는 순간이었다.
왼) <무제>
1979, 브론즈, 창원시립마산문신미술관
오) <무제>
1975, 종이에 펜, 최태호 소장
<무제>
1968, 종이에 펜과 채색, 창원시립마산문신미술관
<무제>
1977, 브론즈, 개인 소장
<곤충시리즈>
1969, 브론즈, 부산시립미술관, 김귀호 기증
: 1960년대 말, 문신은 처음으로 브론즈 작품을 선보였다. 작가는 브론즈 조각이 소품일지라도 그 질감과 재료의 무게에서 오는 박력이 대작 못지 않은 점에 매료되었다. 브론즈 조각은 제작에 긴 시간과 노동이 필요하고 복제 불가능한 나무 조각보다 생산적이기도 했다. 제련, 주조에 대한 지식과 경험이 없었지만, 그는 주물공장에 제작을 밑기는 대신 아틀리에에 브론즈를 제작할 수 있는 소규모 시설을 갖추고(1970년대 초), 장인의 도움을 받아 완성에 이르기까지 전 과정에 직접 참여했다.
왼) <무제>
1977, 브론즈, 최태호 소장
오) <무제>
연도 미상, 브론즈, 개인 소장
왼) <무제>
1987, 마천석, 창원시립마산문신미술관
: 문신이 나무, 브론즈, 스테인리스 스틸을 주재료로 작업했던 사실을 떠올리면 돌로 만들어진 이 작품은 재료 면에서 특히 귀하다. 작가는 이와 유사한 형태와 크기, 매끄러운 표면을 지닌 나무 조각을 이미 1972년에 제작한 바 있다. 구체에 가까운 덩어리를 두 개의 날렵한 곡선이 가로지르면서 운동감을 자아낸다. 최소한의 기하학적 요소만을 가지고 창출해 낸 단순한 형태에서 절제된 표현력이 느껴진다.
작가는 이 형태를 모태로 다양한 변주를 발표했고, 감상자들은 거기서 각자의 경험과 감각에 의거해 각기 다른 생명체의 형상을 떠올린다.
오) <무제>
1983, 마천석, 창원시립마산문신미술관
<무제>
1990, 브론즈, 창원시립마산문신미술관
<무제>
1979, 캔버스에 유채와 모래, 숙명여자대학교 문신미술관
🖼️
4. 도시와 조각
프랑스 체류 시절 문신은 도시와 환경이라는 좀 더 넓은 관점에서 조각을 바라보게 되었다. 그의 조각은 미술관 뿐만 아니라 지하철역, 공원, 광장 등에 전시되었고 그는 조각이 미술관을 벗어나 도시인의 삶 속에 자연스럽게 녹아드는 것을 직접 체험했다. 1965년 잠시 귀국했던 작가가 1967년 2차 도불전에 발표한 '인간이 살 수 있는 조각'은, 그가 환경으로부터 분리된 '자주적인 오브제', 즉 자기지시적인 모더니즘 조각의 경계를 뛰어넘고자 했음을 보여준다. 또한 단체 활동을 거의 하지 않았던 그가 현대도시 미학에 관심을 가진 다양한 전공의 예술가들이 만든 단체에 참여한 점 역시 도시환경에 대한 문신의 관심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이와 관련해 전해지는 드로잉은 실제로 구현되지 못했지만 문신이 궁극적으로 지향했던 조각의 이상을 보여준다.
1980년 문신이 영구 귀국했을 무렵, 한국은 아시안게임과 올림픽을 앞두고 도시 미관과 환경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어 1950-60년 한창 제작되던 계몽적이고 권위적인 기념 동상과 다른 종류의 야외 조형물이 활발하게 조성되기 시작했다. 작가는 당시 국내 브론즈 주조 기술이 프랑스보다 떨어져 결과물이 만족스럽지 않자 이에 해결 방법을 찾던 중, 비교적 가볍고 부식이나 녹에 강해 야외조형물 재료로 이상적인 스테인리스 스틸을 발견했다.
그의 스테인리스 스틸 조각은 나무나 브론즈 조각과는 또 다른 현대적 감각을 발산한다. 완성된 조각의 매끄럽고 광택이 나는 표면은 빛을 흡수하기도 하고 반사하면서 보는 이를 포함한 주변 풍경을 반영한다. 거울과 유사한 효과를 지니지만 불룩한 곡면에 의해 왜곡된 대칭은 감상자로 하여금 특별한 시공간을 체험케 한다.
비록 문신이 "풍경과 건축 사이에 위치하는" 포스트모던한 조각을 적극적으로 의식하지 않았지만, 그의 조각은 주변 환경을 변화시키는 힘을 지니고 있다. 때문에 문신 예술의 본령은 조각, 건축, 공원, 도시 등 보다 확장된 맥락에 위치할 때 보다 풍부하게 발휘된다. 창원시립마산문신미술관은 그의 50년 예술 경력의 종합으로, 비록 독특한 형태의 조각과 달리 어디서나 볼 수 있는 모더니즘 양식의 건축이지만 그야말로 '인간이 살 수 있는 조각'이다. 작가는 영구 귀국 후 우공이산(愚公移山)의 열정으로 14년간 직접 산을 깎고 돌을 쌓아 옹벽을 만들고, 나무를 심고 연못을 만들었으며 건물을 설계하고 시공했다.
"우리는 생김새 그 너머를 볼 줄 아는 법을 배워야 할 것이다."
"오늘날 대부분의 미술관은 한정된 실내 공간에 소수의 미술 작품을 전시하고 있어 그 곳을 찾는 사람에게만 한정되어 있다. 하지만 내 생각은 다르다. 누구라도 자연스럽게 생활 속에서 미술 작품을 감상할 수 있어야 한다."
-문신-
<우주를 향하여>
1989, 브론즈, 부산시립미술관
<무제>
연도 미상, 종이에 펜, 창원시립마산문신미술관
<공원 조형물 모형(1974)> (재제작)
(재제작) 2022, 3D 프린팅, 고려대학교 Art & Tech lab
<무제>
왼) 1972, 종이에 연필과 사인펜, 국립현대미술관
오) 연도미상, 종이에 사인펜, 국립현대미술관
<무제>
1972, 종이에 연필, 국립현대미술관
<무제>
1966, 종이에 펜, 숙명여자대학교 문신미술관
1. <무제> 연도 미상, 종이에 펜, 창원시립마산문신미술관
: 창원시립마산문신미술관 건축을 위한 구상 및 설계 드로잉, 평면도 등이 400점 이상 전해진다. 원과 사각형, 직선과 곡선 등 간단한 도형과 선으로 이루어진 초기 아이디어 스케치에서부터 경사진 지형에 대한 충분한 이해를 바탕으로 조경까지 섬세하게 묘사한 완성도 높은 드로잉까지 문신의 미술관 건축 드로잉은 그 자체로 아룸다울 뿐만 아니라 그의 건축적 역량을 드러내고 그가 꿈꾼 '미술을 위한 전당'을 실현하기 위한 모든 과정을 포함한다는 점에서 유의미하다. 특히 대칭 및 동일한 패턴의 무한 반복과 확장이 만들어내는 수학적 아름다움을 마음껏 펼친 바닥 드로잉은 백미로 꼽을 수 있다.
2. <무제> 연도 미상, 종이에 펜, 창원시립마산문신미술관
3. <무제> 연도 미상, 종이에 펜, 창원시립마산문신미술관
4. <무제> 연도 미상, 종이에 펜, 창원시립마산문신미술관
5. <무제> 1987, 종이에 펜, 창원시립마산문신미술관
6. <무제> 1989, 종이에 펜, 창원시립마산문신미술관
7. <무제> 1995, 종이에 펜, 창원시립마산문신미술관
8. <무제> 1990년대 초, 종이에 펜, 창원시립마산문신미술관
9. <무제> 연도 미상, 종이에 펜, 창원시립마산문신미술관
10. <무제> 연도 미상, 종이에 사인펜, 연필, 국립현대미술관
11. <무제> 연도 미상, 종이에 펜, 창원시립마산문신미술관
12. <무제> 1990년대 초, 종이에 펜, 창원시립마산문신미술관
<무제>
연도 미상, 종이에 실크스크린, 창원시립마산문신미술관
<무제>
연도 미상, 종이에 펜, 국립현대미술관
<무제>
연도 미상, 종이에 수채, 국립현대미술관
<무제>
1987, 브론즈, 창원시립마산문신미술관
<하나가 되다>
1989, 브론즈, 서울시립미술관
: 네 개의 유선형 덩어리가 상하좌우로 마주하듯 배열되어 있고, 중심에서 뻗어나가는 선이 이 덩어리들의 표면을 미끄러져 가로지르면서 전체 작품에 팽팽한 긴장감을 부여한다. 선 역시 상하좌우로 대칭을 이루어 막 땅을 비집고 나온 떡잎의 모양을 하고 있다.
그 결과 천지를 잇는 생명의 나무처럼 당당하게 서 있는 <하나가 되다>는 발아와 성장을 동시에 담고 있는 듯하다. 부분과 전체의 상호성이 특히 잘 드러난 이 작품은 수직적인 상승의 기운과 수평적 확장의 기운이 공존하여 역동적이면서 동시에 안정적이다.
왼) <무제>
1991, 석고, 창원시립마산문신미술관
오) <무제>
1990, 석고, 창원시립마산문신미술관
왼) <무제>
1986, 석고, 창원시립마산문신미술관
오) <무제>
연도 미상, 석고, 창원시립마산문신미술관
<무제>
연도 미상, 석고, 창원시립마산문신미술관
: 문신은 영구 귀국한 후 본격적으로 브론즈를 제작하기 시작하면서 캐스팅 작업의 토대가 되는 석고원형도 다수 제작했다. 일반적으로 점토로 원형을 만들고 석고로 형을 떠내 주물을 만드는 것과 달리, 문신은 철선으로 뼈대를 만들고 석고로 살을 붙여나갔다.
스테인리스 스틸 작품의 경우에도 실물 사이즈의 석고원형을 직접 제작했다, 석고원형은 보통 완성품이 제작되면 파기되기 마련인데 문신은 이를 독립적인 작품으로 간주했다. 단단한 재료를 선호한 그에게 석고는 부드럽고 풍만하며 유기적인 형태를 표현하는데 적합했고, 흰색이 지닌 이상화된 아름다움 및 그 순수함으로 인해 형태를 더욱 돋보이게 만드는 점 역시 매력적으로 느껴졌을 것이다.
왼) <무제>
1983, 브론즈, 창원시립마산문신미술관
: 문신이 서울올림픽 개최를 축하하며 마산 앞바다에 위치한 돝섬 정상에 <평화>(1984)와 동일한 형태의 작품이다. 튼튼한 두 다리로 몸을 지탱하고 태평양과 하늘을 향해 힘차게 뻗고 있는 조각은 20여 년간의 프랑스 파리 활동을 접고 고향으로 돌아온 그의 고국과 고향을 사랑하는 마음을 담고 있다. 작가는 1984년 돝섬해상유원지 이외에도 진주 진주교, 창원 마산합포구청(구. 마산시청) 등에 브론즈를 재료로 한 대형 야외조각을 제작했다. 그 결과가 만족스럽지 않아 이후 대규모 야외조각에 스테인리스 스틸을 주재료로 사용하기 시작했다.
오) <작품>
1987, 브론즈, 개인 소장
: 마주보는 곡면체를 가로지르는 면이 팽팽한 힘의 균형을 보여주고 있다. 작가는 작업노트에 화합과 풍요를 주제로 이 작품을 제작했다고 적었다.
문신은 1988년 서울올림픽 시기 전후로 '화합'. '평화', '하나가 되다', 등의 제목을 붙이거나 이를 주제로 한 작품을 다수 제작했다. 영구 귀국 후 작가가 본 한국은 1960년대 초 도불할 때와 다르게 빠르게 성장하고 있었고, 민주화와 통일에 대한 열망이 팽배해 있었다. 이를 배경으로 탄생한 '화(和)' 시리즈는 1990년대 까지 이어졌고, 조화, 화합, 평화를 주제로 한 조각은 풍성한 볼륨감과 완만한 곡선이 특징적이다.
<무제>
1980년경, 종이에 수채, 개인 소장
<무제>
연도 미상, 종이에 연필, 국립현대미술관
<무제>
연도 미상, 종이에 사인펜과 연필, 국립현대미술관
왼) <무제>
1972, 종이에 펜, 창원시립마산문신미술관
오) <무제>
연도 미상, 종이에 펜, 창원시립마산문신미술관
<전국체전 기념 대형조형>
1982, 종이에 펜, 창원시립마산문신미술관
왼) <무제>
연도 미상, 종이에 펜, 국립현대미술관
오) <무제>
1988, 종이에 펜, 개인 소장
<무제>
1988, 종이에 펜, 창원시립마산문신미술관
<올림픽 1988>
1988, 스테인리스 스틸, 창원시립마산문신미술관
: 서울올림픽을 계기로 조성된 올림픽 조각공원에는 72개국 190여 명의 조각가들이 참여했다. 문신은 여기에 프랑스 바르카레스에서 제작했던 <태양의 인간>을 상기시키는 25미터 높이의 스테일리스 스틸 작품을 출품했다. 이 작품은 그 모형으로 실물을 축소한 것이다. 반구가 반복적으로 구축되어 무한히 확장되는 느낌을 주는 <올림픽 1988>에 대해 프랑스 평론가 피에르 레스타니는 "우주와 생명의 운율을 시각화하는 바리에이션"이라 평가했다. 통나무로 제작된 <태양의 인간>과 달리 빛을 반사해 대상을 비추는 금속성 재료로 제작되어 현대적인 느낌이 배가 되었다.
왼) <무제>
1988, 종이에 펜, 국립현대미술관
오) <무제>
연도 미상, 종이에 펜, 개인 소장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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